이번 글에서는 파동함수를 이해하기 위한 선형대수학 개념인 벡터 공간에 대해서 '찍먹'해보자! "선형대수학"이라는 이름만 듣고 겁먹을 필요 없다. 사실 수학과에서 떠도는 말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선형대수학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말만 다르게 해서 배우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조금 있다가 다루겠지만, 벡터 공간은 우리가 이미 아는 "크기와 방향을 가진 양"인 벡터를 조금 더 넓게 확장한 것에 불과하다. 자, 그럼 숨을 고르고 열린 마음으로 수학의 세계에 푹 빠져보자.
벡터와 벡터 공간
기하와 벡터 시간이나 물리학 시간에서 한번쯤 벡터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지금 현재 고교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벡터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크기와 방향을 함께 가지는 양
그래서, 보통 고교 과정에서 다루는 벡터를 표시할 때는 화살표의 형태로 다음과 같이 나타낸다.

이 벡터라는 개념은 처음 물리학자들이 물리 문제를 편하게 풀기 위해서 발명했었다. 벡터를 발명한 후, 물리학자들에게 이 "크기와 방향을 동시에 가지는 양"이라는 아이디어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이 벡터를 활용해서 힘이나 운동량 같은 물리량을 한번에 표현할 수 있게 되어서, 물리학자들은 눈이 매우 똥그랗게 커졌다.
그런데, 물리학자들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물리학자들은 이 벡터를 그냥 "느낌"상으로만 쓰고 있어서, 벡터라는 양 체계는 "실수를 0으로 나누면 안 된다"등의 연산 규칙과 같은 여러 "양"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규칙들이 엄밀하게 정의되지 않은 '불안정한 체계'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수학자들한테 이렇게 부탁했다.
우리가 쓰는 "벡터"라는 아이디어를 조금 더 안정된 체계로 쓸 수 있도록 수학적인 언어로 엄밀하게 정의해줘!!
수학자들은 이 "벡터"라는 녀석을 어떻게 수학적인 언어로 표현할 지 밤낮동안 계속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 따로 정의하면 귀찮으니까, 벡터를 "화살표"에 국한된 게 아니라, 기존의 화살표로서 벡터의 연산과 비슷한 연산을 가진 모든 대상에 대해서 정의해보면 어떨까? (화살표, 다항식, 함수, 실수 등등)
그래서, 수학자들은 "벡터"라는 개념을 좀 더 넓게 바라보기 위해서 일반적인 객체에 대해 벡터라는 개념을 수학적으로 정의하고자 했다. 일단 수학자들은 일반적인 화살표로서의 벡터가 가지고 있는 연산들을 쭉 생각해보았다.
덧셈, 뺄셈, 상수배, 내적, 외적, ...
일단 외적은 2차원 벡터에서는 정의되지 않고 3차원 벡터에서만 정의되므로 일반화할 수 없어서 패스... 내적은 연산 결과로 다른 벡터가 아닌 상수를 뱉어서 벡터의 연산이 끊겨버리니까 패스.. 뺄셈은 그냥 더하기 역벡터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덧셈과 본질적으로 같아서 패스...
이렇게 보니까 "덧셈"과 "상수배" 두 개의 연산이 남았다. 음.. 3를 곱하는 거는 벡터를 3번 더하는 걸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sqrt{2}$를 곱하는 연산은 어떻게 해도 덧셈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따라서, 덧셈과 상수배는 서로 별개의 연산으로 정의해야 한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이 "덧셈"과 "상수배"(앞으로 "스칼라 곱"이라고 부르겠다.)라는 두 연산에 대해서 화살표로서의 벡터라면 당연히 성립하는 성질을 추렸고, 꼭 화살표가 아니더라도 벡터를 다음과 같은 성질을 만족하는 모든 대상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벡터들을 포함하는 일종의 체계 자체를 벡터 공간(Vector Space)이라고 정의했다.
참고로, 우리가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열심히 배우는 기하학 체계인 유클리드 기하학을 정립한 "유클리드"의 이름을 따서, 고교 교육과정때까지 벡터의 정의로 알고 있었던 "화살표로서의 벡터"가 속한 벡터 공간을 유클리드 벡터 공간(Euclidian Vector Space)이라고 한다.
첫째로, 위에서 말했듯 벡터 연산이 "끊기지 않기 위해서" 덧셈과 스칼라 곱 연산 결과가 또 다른 벡터여야 한다. 이를 고급지게 말하면 각각 "덧셈에 대하여 닫혀 있음", "스칼라 곱 연산에 대해 닫혀 있음" 이라고 부른다. 2차원 유클리드 벡터 공간에서 $(1, 2) + (3, 4) = (4, 6)$, $2(1, 2) = (2, 4)$가 각각 또 다른 2차원 벡터이듯이, 이 성질은 매우매우 자명하게 성립한다. (아래에 나올 정의의 1, 6번에 해당됨)
둘째로, 덧셈 연산에 들어가는 각 피연산자의 순서가 바뀌어도 그 결과값은 같다. 다시 말해서, "교환법칙"이 성립해야한다. $(1, 2) + (2, 3)$과 $(2, 3) + (1, 2)$ 모두 $(3, 5)$인 것 처럼 말이다! (아래에 나올 정의의 2번에 해당됨)
셋째로, 덧셈과 스칼라 곱 연산을 두 번 적용할 때 앞의 연산을 먼저 하나 뒤의 연산을 먼저 하나에 상관없이 그 결과값은 같다. 다시 말해서, "결합법칙"이 성립해야한다. 예를 들면 $((1, 2) + (2, 3)) + (3, 4)$과 $(1, 2) + ((2, 3) + (3, 4))$ 모두 $(6, 9)$이고, $(2 ⋅ 3) ⋅ 4 (1, 2)$와 $2 ⋅ (3 ⋅ 4) (1, 2)$ 모두 $(24, 48)$인 것이 있다. (아래에 나올 정의의 3, 9번에 해당함)
넷째로, 분배 법칙이 성립한다. 예를 들면, $(2 + 3) (1, 2) = 2(1, 2) + 3(1, 2) = (5, 10)$이고, $2((1, 2) + (3, 4)) = 2(1, 2) + 2(3, 4) = (8, 12)$이다. (예시를 잘 보면 알겠지만, 분배법칙에는 왼쪽에서 분배가 되는거하고 오른쪽에서 분배가 되는 거 하고의 두 가지가 있다. 이를 각각 좌분배법칙과 우분배법칙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 성질은 아래에 나올 정의의 7, 8번에 해당한다.)
다섯째로, 어떤 벡터와 덧셈 연산을 하면 항상 그 벡터를 뱉는 "영벡터"가 존재한다. 여기서 "영벡터"를 고급진 말로 "덧셈의 항등원"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유클리드 벡터 공간에서 영벡터는 $(0, 0) = \mathbf{0}$이다. (아래에 나올 정의의 4번에 해당함)
여섯째로, 어떤 벡터에 1을 스칼라 곱 하면 원래 벡터가 다시 튀어나온다. 여기서 1의 역할을 고급진 말로 "스칼라 곱의 항등원"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1 ⋅ (2, 3) = (2, 3)$이다. (아래에 나올 정의의 10번에 해당함)
일곱째로, 어떤 벡터와 덧셈 연산을 하면 항상 그 영벡터를 뱉는 "역벡터"가 존재한다. 여기서 "역벡터"를 고급진 말로 "덧셈의 역원"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화살표로서의 벡터에서 $(2, 3)$의 역벡터는 (-2, -3)이다. (아래에 나올 정의의 5번에 해당함)
지금까지 소개했던 성질들을 수학적인 기호로 엄밀하고 고급지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10가지 공리로 정리된다. 사실 아래 정의가 진짜 벡터 공간의 정의이긴 하다.
(사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벡터 공간의 핵심은 이미 다 이해한 것이다. 아래 내용은 이를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적어놓은 것에 가깝다. 그리고, 아래 정의에서 $\exists$와 같은 이상한 수학 기호가 많이 나타나서 읽기 힘들면, 각 성질별로 바로 밑에 있는 한국어 해석을 참조하자!)
$\mathbf{V}$를 덧셈(+)과 스칼라 곱(⋅)이라는 두 연산이 정의된 집합이라고 하자.
$\mathbf{V}$에 속한 임의의 세 원소를 $\mathbf{u}$, $\mathbf{v}$, $\mathbf{w}$라고 하며, $k$, $l$를 임의의 상수라고 하자.
($\mathbf{u}, \mathbf{v}, \mathbf{w} \in \mathbf{V}$)
덧셈과 스칼라 곱 연산에 대해 다음 10가지 공리를 만족하면 $(\mathbf{V}, +, ⋅)$를 벡터 공간이라고 하며, $\mathbf{V}$의 원소를 벡터라고 한다. 또한, 여기서의 "상수"를 스칼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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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thbf{u} + \mathbf{v} \in \mathbf{V}$
(덧셈에 대하여 닫혀 있음: 덧셈 계산 결과가 원래 집합의 원소임)
2. $\mathbf{u} + \mathbf{v} = \mathbf{v} + \mathbf{u}$
(덧셈의 교환법칙이 성립함)
3. $\mathbf{u} + (\mathbf{v} + \mathbf{w}) = (\mathbf{u} + \mathbf{v}) + \mathbf{w}$
(덧셈의 결합법칙이 성립함)
4. $\exists \mathbf{0} \in \mathbf{V}, \text{such that } \mathbf{v} + \mathbf{0} = \mathbf{v}$
(덧셈 항등원의 존재성: 어떤 벡터와 덧셈 연산을 하면 항상 그 벡터를 뱉는 "영벡터" 존재)
5. $\exists -\mathbf{v} \in \mathbf{V}, \text{such that } \mathbf{v} + (\mathbf{-v}) = \mathbf{0}$
(덧셈 역원의 존재성: 어떤 벡터와 덧셈 연산을 하면 항상 영벡터를 뱉는 "역벡터" 존재)
6. $k\mathbf{u} \in \mathbf{V}$
(스칼라 곱에 대하여 닫혀 있음: 스칼라 곱 계산 결과가 원래 집합의 원소임)
7. $k(\mathbf{u} + \mathbf{v}) = k\mathbf{u} + k\mathbf{v}$
(스칼라 곱 연산의 분배법칙이 성립함 - 1)
8. $(k+l)\mathbf{u} = k\mathbf{u} + l\mathbf{u}$
(스칼라 곱 연산의 분배법칙이 성립함 - 2)
9. $k(l\mathbf{u}) = (kl)\mathbf{u}$
(스칼라 곱 연산의 결합법칙이 성립함)
10. $1\mathbf{u} = \mathbf{u}$
(1이 스칼라 곱 연산의 항등원임: 어떤 벡터에 1을 스칼라 곱하면 항상 자기 자신이 튀어나옴)
벡터가 위에 화살표가 그려진 게 아닌 볼드체로 된 변수여도 당황하지 말자. 대학 과정 이상에서는 다 이렇게 쓴다. 그리고, 사실 위 정의에서 스칼라는 상수 뿐만 아니라 "체" 라는 조건을 만족하는 집합 내의 원소이면 될 수 있지만, 우리는 현대대수학을 전공할 게 아니기 때문에 그냥 쉽게 "상수"라고 이해하고 넘어가자.
오! 더 확장된 벡터의 정의에 따르면, 벡터란 벡터 공간의 원소인 것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화살표 뿐만 아니라 실수 전체의 집합 $\mathbb{R}$이나 심지어 복소수 전체의 집합 $\mathbb{C}$도 벡터 공간이다.
벡터 공간의 기저
벡터 공간에 대해 배웠으므로, 이번에는 벡터 공간의 어떤 부분집합 $B$와 전체 벡터 공간의 관계에 대해 배워보자. 특히, "기저" 부분에서는 우리가 좌표공간 상의 한 벡터를 $(1, 2, 3)$와 같이 대응시키는 것처럼 벡터 공간의 각 벡터에 대해 일종의 "좌표"를 부여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선형 결합과 생성 집합
중학교때 배운 일차 함수를 떠올려보자.
$$y = ax + b \, (a \ne 0)$$
위 식을 잘 보면, 함숫값 $y$가 변수 $x$와 상수들의 덧셈과 스칼라 곱셈만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일차 함수의 그래프는 "직선" 꼴이므로, 보통 변수 간의 덧셈과 스칼라 곱셈만으로 나타나면 "선형" 관계라고 부른다.
(사실 일차함수의 상수항이 변수가 아니라서 $y=ax+b$는 선형 함수가 아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덧셈과 스칼라 곱으로 표현된다"는 점만 기억하자.)
이 개념을 벡터로 확장해보자.
여러 개의 벡터를 “스칼라를 곱해서 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벡터를 만들 수 있을까?
위에서 변수 간의 덧셈과 스칼라 곱셈만으로 나타나면 "선형"이라고 했다. 이와 비슷하게, 어떤 벡터들에 대해서 스칼라를 곱해서 더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떤 벡터들 $\mathbf{v_{1}}, \mathbf{v_{2}}, ..., \mathbf{v_{r}}$에 스칼라 곱을 해서 더한 것을 선형 결합이라고 한다. 이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단, $k_{1}$, $k_{2}$, ..., $k_{r}$는 스칼라)
$$k_{1} \mathbf{v_{1}} + k_{2} \mathbf{v_{2}} + ... +k_{r} \mathbf{v_{r}} : \mathbf{v_{1}}, \mathbf{v_{2}}, ..., \mathbf{v_{r}} \text{의 선형 결합}$$
여기서, 스칼라 $k_{1}$, $k_{2}$, ..., $k_{r}$를 계수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2(1, 2) + 3(3, 4) = (11, 16)$은 $(1, 2), (3, 4)$의 선형 결합 중 하나다.
그러면, 선형 결합으로 이뤄진 벡터들을 모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놀랍게도 그 자체로 새로운 벡터 공간이 된다!
어떤 집합 $B = \{\mathbf{v_{1}}, \mathbf{v_{2}}, ..., \mathbf{v_{r}}\}$ 내 원소들의 선형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벡터들을 모은 집합을 B의 생성 집합(Spanning Set)라고 하며, $\mathrm{span}(B)$와 같이 표현한다. 이를 수식으로 다시 적으면 다음과 같다.
$$\mathrm{span}(B) = \{ k_{1} \mathbf{v_{1}} + k_{2} \mathbf{v_{2}} + ... +k_{r} \mathbf{v_{r}} \,|\, k_{1}, k_{2}, ..., k_{r}\text{는 임의의 스칼라} \}$$
특히, 벡터 공간은 덧셈과 스칼라 곱셈에 대해 닫혀 있기 때문에, $\mathbf{v_{1}}, \mathbf{v_{2}}, ..., \mathbf{v_{r}}$가 어떤 벡터 공간 $\mathbf{V}$의 원소라면, 그 벡터들의 선형 결합으로 얻어진 벡터 $k_{1} \mathbf{v_{1}} + k_{2} \mathbf{v_{2}} + ... +k_{r} \mathbf{v_{r}}$도 벡터 공간 $\mathbf{V}$의 원소이다. 따라서, $B := \{\mathbf{v_{1}}, \mathbf{v_{2}}, ..., \mathbf{v_{r}}\}$라고 하면, $\mathrm{span}(B)$는 벡터 공간 $\mathbf{V}$의 부분집합이다.
그리고, $\mathrm{span}(B)$는 그 자체로도 벡터 공간이다. 하지만, 이 이유를 증명하려면 "부분공간"이라는 개념이 더 필요하므로 증명은 일단은 다루지 않고 넘어가도록 하자. (위에서 다룬 10개의 성질을 모두 보여도 증명할 수 있긴 한데, 부분공간을 배우면 두 줄 딸깍으로 증명할 수 있다. 시간이 남아돌면 직접 위에서 다룬 10개의 성질을 모두 보여서 증명해보자.)
선형 독립과 선형 종속
위에서는 어떤 집합의 원소들을 가지고 새로운 벡터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그 집합 내의 원소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자.
우리가 보통 새학기에 친구를 사귀게 되면, 다음과 같은 말을 할 때가 있다.
쟤는 나하고 접점이 없어서 말을 붙이기 힘들어.
벡터의 세계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벡터간 "연관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만일 어떤 벡터 공간의 부분집합 $B$에 대해 어떤 원소 $\mathrm{v}$가 나머지 원소들로 표현될 수 없으면 서로 접점이 없어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벡터 공간에서 벡터들의 목록들로부터 표현, 즉 생성하는 방법은 "선형 결합"이기 때문에, 우리는 선형 결합을 이 아이디어에 접목할 수 있다. 여기서, 연관성이 없는 것을 선형 독립, 연관성이 있는 것을 선형 종속이라고 말하고, 이걸 수학적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집합 $B = \{\mathbf{v_{1}}, \mathbf{v_{2}}, ..., \mathbf{v_{r}}\}$ 내 원소들 중 어떤 벡터도 나머지 벡터들의 선형 결합으로 나타낼 수 없으면 집합 $B$는 선형 독립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벡터들의 선형 결합으로 표현될 수 있는 벡터가 하나라도 있으면 집합 $B$는 선형 종속이라고 한다.
기저
3차원 직교좌표계를 생각해보자.

여기서 3차원 직교좌표계상의 모든 점은 x좌표, y좌표, z좌표로 나타내어진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vec{OP}$ 벡터와 같이 모든 위치벡터는 $(x, y, z) = x(1, 0, 0) + y(0, 1, 0) + z(0, 0, 1)$로, 세 단위벡터 $\mathbf{i} = (1, 0, 0), \mathbf{j} = (0, 1, 0), \mathbf{k} = (0, 0, 1)$의 선형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위치벡터의 '좌표'를 "선형 결합에서 계수(x, y, z)의 순서쌍으로 나타내고 있다"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이런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직교좌표계에서 위치벡터를 $(x, y, z)$와 같은 좌표로 나타내는것과 같이, 임의의 벡터 공간 $\mathbf{V}$의 각 벡터에 대해 일종의 "좌표"를 부여할 수 있을까?
이 아이디어에서 나온 게 바로 기저이다. 일단 좌표를 정하기 위해서는 "단위 벡터 역할"을 해 줄 벡터들이 필요하다. 일단 벡터 공간 $\mathbf{V}$ 내의 아무 부분집합 $B$를 들고오자.
$B$가 "단위 벡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벡터 공간 $\mathbf{V}$ 내의 모든 벡터들이 $B$의 원소들의 선형 결합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이걸 다시 말하면, $B$의 생성집합이 $\mathbf{V}$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수식으로 다시 쓰면 다음과 같다.
$$\mathrm{span}(B) = \mathbf{V}$$
그리고, 어떤 한 벡터를 나타내는 방식이 유일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B$가 선형 종속이라면 어떤 벡터를 다른 벡터들의 선형 결합으로 바꿔 끼울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벡터를 여러 가지 선형 결합으로 표현할 수 있으므로 표현이 유일하지 않다. 그러므로, $B$는 선형 독립이어야 한다.
위의 두 조건을 만족하는 $B$를 특별히 벡터 공간 $\mathbf{V}$의 기저라고 한다. 지금까지 말해보았던 아이디어를 수학적으로 다시 정리해보자.
어떤 벡터 공간 $\mathbf{V}$ 내의 부분집합 $B = \{\mathbf{v_{1}}, \mathbf{v_{2}}, ..., \mathbf{v_{r}}\}$이 다음 조건을 만족하면, $B$는 $\mathbf{V}$의 기저라고 한다.
1. $\mathrm{span}(B) = \mathbf{V}$
2. $B$는 선형 독립
기저를 활용하면 3차원 유클리드 벡터를 $\mathbf{i} = (1, 0, 0), \mathbf{j} = (0, 1, 0), \mathbf{k} = (0, 0, 1)$의 선형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듯이 벡터 공간 내의 원소들을 기저의 각 원소들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기저는 벡터 공간에 대한 일종의 "좌표계"를 제공해준다고 볼 수 있다!
벡터의 내적과 내적 공간
복소 유클리드 내적
지금까지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운 벡터는 실수 범위의 벡터이다. 그런데, 오일러 공식이라는 sin함수를 지수함수로 고쳐주는 혁명적인 식에 허수단위 $i$가 등장하기 때문에, 양자화학에서는 벡터에 복소수가 들어가기 시작한다. 따라서, 복소 유클리드 벡터 공간에 대해서 간단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복소 유클리드 벡터 공간은 유클리드 벡터의 각 성분으로 실수뿐만 아니라 복소수도 갖는 벡터 공간이다. 복소 유클리드 벡터 공간은 고등학교에서 배웠거나 위에서 말한 벡터 공간의 성질들을 대부분 만족하지만, 내적의 정의 단 하나만 다르다. 복소 유클리드 벡터 공간의 내적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n차원 유클리드 벡터 공간의 벡터 $\mathbf{u} := (u_{1}, u_{2}, ..., u_{n})$ $\mathbf{v} := (v_{1}, v_{2}, ..., v_{n})$의 유클리드 내적은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mathbf{u} \cdot \mathbf{v} = u_{1} \overline{v_{1}} + u_{2} \overline{v_{2}} + ... + u_{n} \overline{v_{n}}$$
(단, $\overline{v_{1}}$은 $v_{1}$의 켤레복소수)
음.. 켤레복소수가 갑자기 뒷 벡터의 각 성분에 꼽사리를 끼고 있다. 굳이 원래 유클리드 벡터 공간의 내적 정의를 왜 바꿔야 할까? 그 이유는 이상하게도 매우 간단하다.
어떤 벡터의 크기와 내적 사이에는 이런 관계가 있다.
$$||\mathbf{v}|| = \sqrt{\mathbf{v} \cdot \mathbf{v}}$$
그럼, 복소 유클리드 벡터 중 하나인 $\mathbf{v} = (i, 0)$의 크기를 구해보자. 원래 실수 유클리드 벡터 공간에서의 정의를 따라 내적 연산을 하면 다음과 같다.
$$\mathbf{v} \cdot \mathbf{v} = i \times i + 0 \times 0 = -1 + 0 = -1$$
오잉? 내적값이 음수가 나와서 벡터의 크기를 정의할 수 없다.
오마이갓 비상사태 큰일났다 망했다
그래서, $\mathbf{v} \cdot \mathbf{v}$를 양수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뒷 벡터 성분에 켤레 복소수를 붙여주는거다. 위에서 새로 정의했던 유클리드 벡터 공간에서의 정의를 따라 내적 연산을 하면 다음과 같이 양수가 나와서 모순이 생기지 않는다.
$$\mathbf{v} \cdot \mathbf{v} = i \times (-i) + 0 \times 0 = 1 + 0 = 1$$
각설하고, 복소 유클리드 벡터 공간에서 내적 연산에 켤레복소수가 들어가기 때문에, 내적에 대해서는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 대신, 내적 연산의 각 원소를 교환하면 원래 내적값의 켤레복소수가 나오는 켤레 대칭성이라는 성질이 성립한다.
n차원 유클리드 벡터 공간의 벡터 $\mathbf{u}$ $\mathbf{v}$에 대해 다음이 성립한다.
$$\mathbf{u} \cdot \mathbf{v} = \overline{\mathbf{v} \cdot \mathbf{u}}$$
내적 공간
다시 일반적인 벡터 공간으로 돌아오자. 앞에서 벡터 공간을 정의하기 위해서 벡터가 가지는 연산을 추려봤을 때, 내적을 "연산 결과로 다른 벡터가 아닌 상수를 뱉어서 벡터의 연산이 끊겨버린다는 이유"로 벡터 공간이 무조건 가져야 할 연산에서 제외했었다.
그런데, 3차원 유클리드 벡터 공간에서만 정의되는 외적과는 달리 내적 연산은 모든 유클리드 벡터 공간에서 정의되므로, 벡터 공간을 일반적인 객체로 확장할 때 내적 연산도 무시할 수 없어 수학자들은 갈등에 시달렸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그 절충안으로 다음 방안을 채택했다.
내적 연산을 벡터 공간이면 무조건 가져야 하는 연산은 아니지만, 아무 벡터 공간에서나 따로 정의해줄 수 있는 "함수"로 정의하자!
그래서, 수학자들은 내적에 관한 생각을 잠시 미뤘다. 그런데, 이제 벡터 공간의 정의를 마쳤으니까 내적 연산을 정의할 시간이 돌아왔다!
수학자들은 일반적인 벡터 공간에 대해서 내적을 정의하기 위해, 지금 정의할 내적 연산의 "롤 모델"인 유클리드 벡터 공간의 내적 연산이라면 가지는 당연한 성질들 4개를 추려 보았다.
첫째로, 위에서 말했듯, 내적 연산의 켤레 대칭성이 성립한다. 다시 말해서, 내적 연산의 각 원소의 자리를 바꾸면 원래 내적값의 켤레복소수가 나온다.
둘째로, 내적 연산에 대해 분배법칙이 성립한다. 다시 말해서, 내적 연산을 각각 적용한 결괏값을 더한 값은 그 벡터를 더한 벡터에 내적 연산을 적용한 값과 같다. 예를 들어, $(2, 3) \cdot ((3, 4) + (5, 7)) = (2, 3) \cdot (3, 4) + (2, 3) \cdot (5, 7)= 49$이다.
셋째로, 내적 연산자 중 앞에 있는 벡터에 적용된 스칼라 곱 연산과 내적 연산은 서로 순서를 바꾸어도 된다. 다시 말해서, 내적 연산을 적용한 결괏값에 스칼라 곱을 하거나 내적 연산자 중 앞에 있는 벡터에 스칼라 곱을 한 벡터에 내적 연산을 적용한 값은 서로 같다. 예를 들어, $(2 ⋅ (2, 3)) \cdot (3, 4) = 2((2, 3) \cdot (3, 4))= 36$이다.
(단, 내적 연산의 켤레 대칭성 때문에, 내적 연산자 중 뒤에 있는 벡터에 적용된 스칼라 곱 연산과 내적 연산은 서로 순서를 바꾸게 되면 켤레 복소수가 튀어나옴에 주의하자. $(2, 3) \cdot (i ⋅ (3, 4)) = (-i)((2, 3) \cdot (3, 4))= -36i$)
넷째로, 자기 자신과 내적 연산을 한 결과는 0 이상의 수이고, 자기 자신과의 내적 연산 결과가 0인 벡터는 영벡터뿐이다. 예를 들어, $(-2, 3) \cdot (-2, 3)= (-2) ^{2} + 3 ^{2} = 13 > 0$, $(0, 0) \cdot (0, 0) = 0$이다.
이제, 이 성질들을 일반적인 벡터 공간의 내적 연산으로 확장할 차례이다. 꼭 유클리드 벡터 공간이 아니더라도 위 성질을 만족하는 함수를 내적(inner product)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내적 연산을 포함하는 벡터 공간을 내적 공간(Inner Product Space)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일반적인 내적은 유클리드 내적에서 점을 썼던 것과 다르게 $\braket{\mathbf{u}, \mathbf{v}}$와 같이 꺾쇠괄호로 표현한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성질들을 수학적인 기호로 엄밀하고 고급지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4가지 공리로 정리된다.
어떠한 벡터 공간 $\mathbf{V}$의 임의의 세 벡터 $\mathbf{u}$, $\mathbf{v}$, $\mathbf{w}$에 대해, 다음 4가지 공리를 만족하는 함수 $\braket{\mathbf{u}, \mathbf{v}}$를 내적이라고 하며, 내적 연산을 포함하는 벡터 공간$\mathbf{V}$를 내적 공간이라고 한다.
--------------------------------------------
1. $\braket{\mathbf{u}, \mathbf{v}} = \overline{\braket{\mathbf{v}, \mathbf{u}}}$
(내적 연산의 켤레 대칭성)
2. $\braket{\mathbf{u} + \mathbf{v}, \mathbf{w}} = \braket{\mathbf{u}, \mathbf{w}} + \braket{\mathbf{v}, \mathbf{w}}$
(내적 연산의 분배법칙)
3. $\braket{k\mathbf{u}, \mathbf{v}} = k\braket{\mathbf{u}, \mathbf{v}}$
(내적 연산자 중 앞에 있는 벡터에 적용된 스칼라 곱 연산과 내적 연산은 서로 순서를 바꾸어도 됨)
4. $\braket{\mathbf{u}, \mathbf{u}} \ge 0$이며, $\braket{\mathbf{u}, \mathbf{u}} = 0 \Leftrightarrow \mathbf{u} = \mathbf{0}$
(자기 자신과 내적 연산을 한 결과는 0 이상이며, 자기 자신과의 내적 연산 결과가 0인 벡터는 영벡터임)
벡터의 노름
벡터의 내적을 정의했으니, 이제 벡터의 “크기”를 일반적인 벡터 공간에서도 정의할 수 있다. 이때 벡터의 크기를 일반화해서 나타낸 것이 바로 노름(norm)이다. 벡터의 노름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어떠한 벡터 공간 $\mathbf{V}$의 임의의 벡터 $\mathbf{u}$에 대해, $\mathbf{u}$의 노름 $||\mathbf{u}||$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mathbf{u}|| = \sqrt{\braket{\mathbf{u}, \mathbf{u}}}$$
예를 들어, 유클리드 벡터 공간에 적용해보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유클리드 공간에서의 벡터의 길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예를 들어, $\mathbf{v} = (x, y)$라면 그 벡터의 노름은 다음과 같다.
$$||\mathbf{v}|| = \sqrt{ x^{2} + y ^{2}}$$
이는 우리가 이미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피타고라스 정리로 정의된 길이와 동일하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정의해도 문제가 없을까? 그 이유는 바로 위 내적 공간의 정의의 4번 공리에 있다. 내적 공간의 정의 중 4번 공리에 의해 다음이 항상 성립한다.
- $\braket{\mathbf{v}, \mathbf{v}} \ge 0$
- $\braket{\mathbf{v}, \mathbf{v}} = 0 \iff \mathbf{v} = \mathbf{0}$
따라서 노름의 정의 중 루트 안의 식은 항상 0 이상의 값을 가지며, 루트 안의 값이 0이라서 노름이 0인 벡터는 오직 영벡터뿐이다. 즉, 노름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길이”의 성질을 그대로 만족한다.
결론
지금까지 벡터 공간과 내적 공간에 관해 배워 보았다. 이 지식들을 들고 있으면 양자화학의 파동함수를 이해하는데 훨 편해지기 때문에, 까먹지 말고 꼭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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