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SA 백일장 운문 분야 우수상 수상작 <그늘 속 리듬>

2025 KSA 백일장 운문 분야 우수상 수상작 <그늘 속 리듬>

그늘 속 리듬

 

창턱에 접힌 햇빛이 낮을 접어 놓는다.

그늘은 어깨 위 얇은 종잇장,

나는 그 위에서 햇빛의 실로 낮잠을 꿰맨다.

 

에어팟 속 베이스가 심장에 부딪히고,

바깥소리는 잔물결처럼 귀 밖으로 밀려난다.

리듬은 눈꺼풀과 손끝 사이,

접속사들이 다리를 놓는다: 그리고, 그러나, 그래서.

투명한 손으로 기억을 잇고, 나는 그 위를 걷는다.

 

그늘은 접힌 문장,

햇빛과 그림자가 겹쳐 앉은 자리마다 내가 머문다.

낮잠은 문장 사이 쉼표,

숨 속에서 나는 나를 재배치하고,

리듬 속에서 문장을 다듬는다.

 

에어팟을 빼면 바람이 지나가고,

소음이 돌아오며 그늘은 얇아진다.

남은 것은 접속사 하나,

문장과 문장 사이의 숨결,

나와 세계의 틈을 메우는 작은 손짓.

 

나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접힌 낮을 한 걸음씩 펼친다.

그제야 안다

그늘은 빛의 모양이었고,

리듬은 아직 내 걸음 아래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박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