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함수가 살고 있는 세상을 파헤쳐보자
지난 글에서 우리는 양자역학의 가장 기묘한 속성인 ‘불확정성 원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모든 것이 확률적으로만 존재한다는 양자역학 특유의 “애매함”에 다들 뇌가 말랑말랑해졌을 것이다.
저번에는 양자역학의 철학적인 의미와 현상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다시 파동함수로 돌아오자. 지금까지 우리는 파동함수 $\psi(x)$를 함수로 다루며 그래프를 상상해왔지만, 물리학자들은 사실 이 파동함수를 손으로 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성격 급한 물리학자들에게 매번 복잡한 미적분을 계산하는 건 너무 귀찮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엄청난 "꼼수"(?)를 부리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파동 그래프를 과감히 버리고, 대신 선형대수학이라는 수학적 도구를 가져와 파동을 가로 세로로 쪼개진 '행렬'과 '벡터'의 세계로 올려버린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함수'라고 믿었던 파동함수가 거대한 다차원 공간의 '벡터'로, 그리고 복잡한 연산자들이 정사각행렬로 변신하는 과정을 알아본다. 겉보기에는 추상도가 매우 높아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이 선형대수학의 뼈대를 한번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복잡한 미적분 덩어리들이 기초적인 행렬 곱셈으로 변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 두 천재가 완전히 다른 문법으로 풀어재꼈던 양자역학이 선형대수학이라는 거대한 지붕 아래에서 어떻게 완벽하게 하나로 묶이는지, 그 전율 돋는 평행이론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머리가 깨질 각오를 단단히 하고 글을 차근차근 읽어보자!
파동함수와 힐베르트 공간
힐베르트 공간과 $L^2$ 공간
지금까지 우리는 파동함수 $\psi(x)$를 함수로서 다루며, 정규화나 내적과 같은 연산을 수행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연산들을 살펴보면, 파동함수는 단순한 함수라기보다 벡터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동함수끼리는 더할 수 있고, 상수배를 할 수 있으며, 내적 또한 정의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파동함수를 보다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해, 함수들을 벡터처럼 취급할 수 있는 수학적 틀인 힐베르트 공간을 도입하자. 여기서, 양자역학에서 살펴보는 파동함수는 이 힐베르트 공간이라는 내적 공간의 벡터이다.
힐베르트 공간은 완비 내적 공간이다. 여기서 완비 내적 공간이란 완비 거리 공간과 내적 공간이 합쳐진 말로, "내적 연산으로 정의된 거리 함수에 대해, 코시 수열이 항상 수렴하는 공간"을 말한다.
위 정의을 듣고, 아마 여러분의 반응은 다음과 같을 게 딱 봐도 알겠다.
띠용??
사실 양심 고백을 하자면, 필자도 위 정의를 100% 이해하지는 못한다. 대충 겁나 촘촘한 내적 공간이라고만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자. 사실 양자화학에서는 힐베르트 공간 그 자체보다 힐베르트 공간 중 한 종류인 $L^2$ 공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
$L^2$ 공간이란 절댓값의 제곱이 함수의 정의역 전체에서 적분 가능한 함수들로 이루어진 힐베르트 공간이다. 이를 수식으로 다시 써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f$는 함수 그 자체가 아니라 “함수로 표현되는 벡터”를 의미하며, $f(x)$는 그 벡터를 위치 $x$에서 표현한 값이다.
$$f \in \mathbf{L^{2}} \Longleftrightarrow \int _{-\infty} ^ {\infty} |f(x)| ^{2} dx < \infty$$
음... 뭔가 위에서 봤던 행실 좋은 파동함수의 조건 중 하나인 "규격화 가능함"이 생각난다. 그 조건에 따르면, "파동함수의 절댓값 제곱이 정의역 내에서 적분이 가능해 규격화 가능함"이었는데, 이 정의가 위 $L^2$ 공간의 정의와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행실 좋은 파동함수는 모두 $L^2$ 공간의 벡터이다.
파동함수의 내적과 Braket 표기법
파동함수도 내적 공간인 $L^2$ 공간의 벡터이기 때문에, 파동함수의 내적이 존재한다. 앞서 규격화와 직교성을 다루는 과정에서 두 파동함수의 켤레곱을 적분하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는데, 이는 바로 이 내적의 구체적인 형태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두 파동함수 $f$, $g$의 내적은 다음과 같이 켤레끼리의 곱을 전 영역에서 적분한 것으로 정의된다.
$$\braket{g, f} := \int _{-\infty} ^{\infty} f^* g dx$$
음... 기억 속을 더듬어보면 이 켤레곱 적분 연산을 짧게 표시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Braket 표기법을 정의했었다.
$$\braket{f|g} := \int _{-\infty} ^{\infty} f ^* g dx$$
오! 이렇게 되면 Braket 표기법이 사실 두 파동함수의 내적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다시 보면, 파동함수의 직교성과 정규성은 사실 벡터의 직교성과 정규성이랑 같은 개념인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글에서는 Braket 표기법을 그냥 내적 표기법 간결화에서만 그치지 않고, 이를 풀어헤쳐서 벡터로써 해석한다. 위에서, $\braket{f|g}$를 수직인 선 기준으로 두 부분으로 쪼개서, $\bra{f}\ket{g}$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앞 부분인 $\bra{f}$ 부분을 Bra라고 하며, 뒷 부분인 $\ket{g}$ 부분을 Ket라고 한다.
$$\braket{f|g} = \bra{f} \ket{g}$$
그리고, 고전역학에서 변위를 나타내는 벡터 $\vec{x}$와 구분하기 위해서, 양자역학에서 $L^2$ 공간의 원소로서 벡터는 $\vec{f}$이나 $\mathbf{f}$ 대신에 다른 표기를 사용한다. 선형 대수학에서 내적을 나타내는 표현 $\braket{\mathbf{u}, \mathbf{v}}$ 중 뒷 부분 $\mathbf{v}$이 벡터인 것처럼, 양자역학에서는 $L^2$ 공간의 벡터를 수직인 선 뒷 부분인 Ket의 형태로 $\ket{g}$와 같이 표현한다.
즉, $\ket{1}$이라는 표기는 숫자 $1$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1$이라는 라벨을 가진 파동함수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ket{1} \approx \psi_{1}$이라고 보면 편합니다.)
실제로 $\ket{n}$과 같은 표기는 해밀토니안의 n번째 고유상태를 나타냅니다.
이렇게 되면, Bra 부분을 억지로 함수 형태로 표현하려고 하면 Braket에서 Ket을 제거한 다음과 같은 형태를 떠올릴 수 있다.
$$\bra{f} = \int _{-\infty} ^{\infty} f ^* (x) \{ \;\;\;\; \} dx \;\;?????$$
음... 적분 기호 안에 빈 칸이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이상하다. 따라서, Bra 부분을 따로 해석적으로 표현하는 방법하기는 매우 빡세고, Bra는 Ket에 작용해서 내적을 만들어내는 대상이라고 보는게 맞다. 따라서, Bra는 함수 그 자체라기보다는, Ket에 작용하여 하나의 복소수 값을 반환하는 선형 변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선형대수학의 관점에서 보면, Ket $\ket{f}$가 속한 벡터 공간이 있을 때, Bra $\bra{f}$는 그 공간의 쌍대 공간(Dual Space)에 속하는 또 다른 벡터이다. 즉, Bra는 벡터를 입력받아 스칼라를 출력하는 선형 사상이다.
여기서, 어떤 벡터 공간 $\mathbf{V}$의 쌍대 공간 $\mathbf{V} ^*$ 이란 $\mathbf{V}$의 원소에 작용하여 실수로 가는 선형변환이 모인 또 다른 벡터 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Bra와 Ket는 서로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 답은 바로 "수반 연산자 관계의 벡터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4편 파동함수 글에서 보았듯이, 연산자 $\hat{Q}$는 Braket 표기에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할 때 수반 연산자 $\hat{Q}^\dagger$로 바뀐다.
$$\braket{f|\hat{Q}g} = \braket{\hat{Q} ^\dagger f|g}$$
이와 같은 관점을 벡터에도 적용해보면, Bra $\bra{\psi}$ 역시 Ket $\ket{\psi}$의 $\psi$ 문자가 수직인 선 왼쪽으로 옮겨가서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두 관계가 마치 수반 연산자와 비슷한 정의를 따르므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ket{\psi}) ^{\dagger} = \bra{\psi}$$
(나중에 다루겠지만, 이 "수반 연산자와 비슷한 관계"를 행렬에서의 복소전치 관계라고 한다.)
양자 상태
지금까지 우리는 양자 계의 위치, 물리량 등 여러 상태를 서술하는 객체를 파동함수라는 일종의 함수로써 해석하였고, 이 파동함수를 $L^2$ 공간의 벡터로 올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자. 우리가 실제로 관심 있는 것은 특정한 “함수의 식” 자체라기보다는, 그 함수가 나타내는 물리적인 상태이다. 그래서, 위치 변수 $x$의 힘을 빌리지 않고 '물리적인 상태'를 곧바로 나타내는 방법은 없을까?
그 답은 바로 "힐베르트 공간"의 원소로서의 파동함수에 있다.
양자 상태와 파동함수
양자 입자의 '물리적 상태'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상태라도 위치에 대한 함수로는 $\psi(x)$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이 상태를 표현할 때 반드시 위치 변수 $x$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형대수학에서 하나의 벡터가 기저에 따라 서로 다른 좌표로 표현될 수 있는 것처럼, 양자 상태 역시 어떤 기준(기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즉, 파동함수는 상태 그 자체라기보다는, 위치에 관한 함수로 '물리적 상태'를 기술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이를 다시 적으면, 파동함수는 위치 기저에서 그 상태를 표현한 좌표 표현이다.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여, 양자역학에서는 물리적 상태 자체를 $\ket{\psi}$와 같이 Ket 벡터로 나타내고, 이와 같이 Ket 형태로 나타낸 물리적 상태를 양자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익숙하게 다룰 파동함수 $\psi(x)$는 이 상태를 위치의 관점에서 표현한 일종의 "좌표 벡터"라고 말한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psi(x)$는 상태의 “표현”
- $\ket{\psi}$는 상태 그 자체
다만, $\psi(x)$와 $\ket{\psi}$는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대상이 아니라, 같은 물리적 상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편의상 같은 기호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구분은 처음에는 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파동함수 $\psi(x)$ 자체를 곧바로 “양자 입자가 가지는 상태”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관점을 조금 바꿔서, $\psi(x)$는 어떤 상태 $\ket{\psi}$를 특정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리고, $\psi(x)$는 앞에서 말했듯 "특정 위치 x에서의 진폭값"이라고 말했었다. 이와 같이 $\psi(x)$는 파동함수의 위치 x에서 측정한 함수값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함숫값을 뽑아내는 과정’을 조금 더 추상적으로 바라보면, 어떤 상태에 특정한 기준을 적용하여 하나의 값을 얻는 연산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psi(x)$는 그 벡터를 특정 위치 $x$에서의 위치 기저 $\ket{x}$에 대해 전개했을 때의 좌표 성분이다. 이를 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은 형태로 적을 수 있다.
$$\psi (x) = \braket{x|\psi}$$
연산자의 고유 상태
이전에 4편 파동함수와 연산자 글에서 고윳값과 고유함수를 파동함수(양자 상태의 위치 표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연산자를 적용하기 이전인 원래 함수의 상수배로 튀어나오면, 함수에 곱해진 상수를 그 연산자에 의한 함수의 고윳값(eigenvalue)이라고 하고, 함수를 고유함수(eigenfunction)라고 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 우리는 양자 상태를 파동함수에서 Ket 형태의 벡터로 확장했으므로, 연산자와 고윳값 문제를 Ket 형태에 대해 확장해줄 수 있다. Ket 형태의 벡터에 대해 연산자는 하나의 양자 상태를 입력받아 또 다른 양자 상태를 출력하는 선형 변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때, 연산자를 적용한 상태가 연산자 $\hat{G}$를 적용하기 이전인 원래 상태의 상수배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러면, 연산자를 적용한 양자 상태를 그 연산자 $\hat{G}$에 대한 고유 상태(eigenstate)라고 하고, 그 상수를 연산자 $\hat{G}$와 그 고유상태에 의한 고윳값(eigenvalue)이라고 한다. 연산자 $\hat{G}$에 의한 고유상태 $\ket{\psi}$의 고윳값이 $G$라고 할 때,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hat{G}\ket{\psi} = G\ket{\psi}$$
이는 앞에서 파동함수 $\psi(x)$에 대해 정의했던 고유함수와 완전히 같은 개념을 추상적인 벡터 공간으로 확장한 것에 해당한다. 실제로, 이 식을 위치 기저에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우리가 익숙하게 보았던 함수 형태의 고유값 방정식으로 환원된다.
$$\bra{x} \hat{G}\ket{\psi} = G \braket{x|\psi} \Longrightarrow (\hat{G} \psi) (x) = G \psi (x)$$
양자 상태의 중첩
스펙트럼 정리와 양자 상태의 기저
그러면 특정 연산자에 대한 고유 상태는 양자 상태가 살고 있는 힐베르트 공간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질까? 믿기지 않겠지만, Hermitian 연산자의 고유상태들은 적절한 조건 하에서 힐베르트 공간의 기저다! 다시 말하면, 양자 상태는 적절한 조건 하에서 Hermitian 연산자의 고유상태들로 표현된다.
Hermitian 연산자의 고유상태들은 힐베르트 공간의 기저가 됨을 증명하려면 Hermitian 연산자의 고유상태들로 이루어진 집합이 선형 독립이고 $L ^2$ 공간을 span함을 보여야 한다.
먼저, 선형 독립임을 보이기 위해 앞에서 보았던 파동함수의 성질들을 복습해보자. 파동함수의 규격성에 따르면, 같은 파동함수의 내적 값은 1이며, Hermitian 연산자의 서로 다른 두 고유함수의 내적 값은 0이다.
$$\text{규격성: } \braket{\psi|\psi} = \int_{-\infty}^{\infty} |\psi|^2 dx = \int_{-\infty}^{\infty} \psi^{*} (x) \psi (x) dx = 1$$
$$\text{직교성: } \braket{\psi_{m}|\psi_{n}} = \int_{-\infty}^{\infty} \psi_{m} ^{ *} (x) \psi_{n} (x) dx = 0 \, (단, \; m \ne n)$$
위 Braket 표기를 파동함수가 아닌 고유 상태로 해석해본다면, Hermitian 연산자의 서로 다른 두 고유 상태의 내적은 0으로, 직교한다. 그리고, 같은 고유 상태의 내적은 1이므로, 벡터의 노름은 같은 벡터의 내적의 양의 제곱근이므로, 고유 상태의 노름이 1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Hermitian 연산자의 고유상태들을 모아둔 집합을 생각해보면, 그 집합의 각 원소들은 서로 직교하며, 노름이 1이기 때문에 정규직교집합(orthonormal set)이다. 따라서, 아래 집합 B가 정규직교집합이므로 B는 선형 독립이다.
$$B = \{ \ket{\psi_1}, \ket{\psi_2},\ket{\psi_3}, \ket{\psi_4}, ...\} : \text{정규직교집합}$$
이제, $\text{span}(B) = L ^{2}$임을 증명하자. (양자 상태는 위 Hermitian 연산자의 고유상태들의 선형 결합으로 표현됨을 증명한다.)
양자 상태는 Hermitian 연산자의 고유상태들로 표현됨을 증명하기 위해, 일단 Hermitian 연산자가 가지는 특별한 성질에 관하여 생각해보자.
Hermitian 연산자 $\hat{Q}$에 대해 $\hat{Q} ^\dagger = \hat{Q}$이므로, $\hat{Q} \hat{Q} ^\dagger = \hat{Q} ^\dagger \hat{Q}$가 성립한다. 이와 같이 $\hat{A} \hat{A} ^\dagger = \hat{A} ^\dagger \hat{A}$가 성립하는 연산자 $\hat{A}$를 정규 연산자라고 한다. 따라서, Hermitian 연산자는 정규 연산자(normal operator)이고, 위에서 말했듯 고유상태들로 이루어진 집합은 정규 연산자의 고유상태들로 이루어진 정규직교집합이다.
이런 정규 연산자의 고유상태로 이루어진 정규직교집합에 관해, 다음과 같은 스펙트럼 정리가 성립함이 알려져 있다. (이 정리를 증명하려면 정규 행렬과 유니터리 대각화 등 어려운 내용이 필요하므로 본문에서 증명은 생략하고 연습문제에서 다루도록 하자! 그리고 아래 설명은 B가 이산 집합일 때 기준이며, 실제 양자역학에서는 고유상태들이 연속 기저를 나타내는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hat{A}$가 정규 연산자이고, $\{ \ket{\psi_1}, \ket{\psi_2},\ket{\psi_3}, ...\}$가 $\hat{A}$의 고유벡터로 이루어진 정규직교집합이며, 모든 자연수 k에 대해 $\hat{A}$에 대한 $\ket{\psi_k}$의 고윳값이 $\lambda_k$일 때, $\hat{A}$를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begin{aligned}
\hat{A}
&= \lambda_1 \ket{\psi_1} ( \ket{\psi_1}) ^\dagger + \lambda_2 \ket{\psi_2} ( \ket{\psi_2}) ^\dagger + ... = \lambda_1 \ket{\psi_1} \bra{\psi_1} + \lambda_2 \ket{\psi_2} \bra{\psi_2} + ... \\
&= \sum_{n} \lambda_n \ket{\psi_n}\bra{\psi_n} \\
\end{aligned}$$
자, 그럼 이 거창한 정리로부터 어떻게 우리가 원하던 $\text{span}(B) = L^2$을 보일 수 있을까?
스펙트럼 정리의 식 중 연산자 $\hat{A}$ 자리에, 모든 고윳값이 무조건 $1$이 되는 가장 단순한 연산자인 항등 연산자 $\hat{I}$를 대입해 보자. 항등 연산자는 어떤 벡터가 들어와도 아무런 변형 없이 자기 자신을 그대로 뱉는 연산자이므로 모든 고윳값 $\lambda_n = 1$이 된다.
따라서 스펙트럼 정리에 의해 다음 관계식이 자동으로 도출된다. 참고로, 이를 양자역학에서는 완비성 관계식이라고 부른다.
$$\hat{I} = \sum_{n} \ket{\psi_n}\bra{\psi_n}$$
A. 항등 연산자의 표준 행렬인 단위 행렬에도 2차원 유클리드 공간에 대한 단위 행렬 $I_2$, 3차원 유클리드 공간에 대한 단위 행렬 $I_3$를 만들 수 있듯이, 모든 벡터 공간에 대해 각각 항등 연산자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스펙트럼 정리에 대입한 "항등 연산자"는 우주 전체의 모든 함수를 다 다루는 연산자가 아니라, $\text{span}($\psi_1, \psi_2, ...$)$에 대한 항등 연산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위 식에 대입할 수 있습니다.
이제, 위 식을 활용해서 임의의 양자상태 $\ket{\psi}$에 대해 선형 결합 꼴을 건설하기 위해 양변의 오른쪽에 $\ket{\psi}$를 곱해주자. (곱하는 방향에 주의하도록 하자. 벡터는 행렬과도 같아서 곱셈 순서를 바꿀 수 없다.)
$$\hat{I}\ket{\psi} = (\sum_{n} \ket{\psi_n}\bra{\psi_n} )\ket{\psi}$$
$$\ket{\psi} = \sum_{n} \ket{\psi_n}\bra{\psi_n}\ket{\psi} = \sum_{n} \ket{\psi_n}\braket{\psi_n | \psi}$$
$\braket{\psi_n | \psi}$는 내적값이므로 상수이기 때문에, $\ket{\psi_n}$ 앞으로 이동해줄 수 있다.
$$\ket{\psi} = \sum_{n} \ket{\psi_n}\bra{\psi_n}\ket{\psi} = \sum_{n} \braket{\psi_n | \psi} \ket{\psi_n}$$
오! 위 식을 잘 보면 $L ^2$ 공간 내의 모든 벡터 $\ket{\psi}$가, 계수가 $\braket{\psi_n | \psi}$인 B의 원소의 선형 결합으로 표현된다. 이로써 $\text{span}(B) = L ^{2}$이 증명되었다!
이로써 B가 선형 독립이고 $\text{span}(B) = L ^{2}$가 성립하므로 Hermitian 연산자의 고유상태들의 집합인 B는 양자 상태가 존재하는 공간인 $L ^2$의 기저이다!
양자 상태의 중첩과 확률 진폭
위 부분 내용에 따르면, Hermitian 연산자의 고유상태 집합은 양자 상태 $\ket{\psi}$의 벡터 공간인 $L ^2$ 공간의 기저이고, 양자 상태 $\ket{\psi}$는 다음 식과 같이 Hermitian 연산자의 고유상태의 선형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ket{\psi} = \sum_{n} \braket{\psi_n | \psi} \ket{\psi_n} = \sum_{n} c_i \ket{\psi_n}$$
($\braket{\psi_n | \psi}$는 일일히 적기 귀찮으니까, 이번 파트에서는 줄여서 $c_i := \braket{\psi_n | \psi}$로 치환하여 표기하자.)
또한, $\ket{\psi_n}$가 정규직교기저이므로 $\ket{\psi}$가 정규화되어 있다면 계수들은 다음 정규화 조건을 만족한다. 그런데 이걸 만족하려면 파동함수의 식의 왼쪽에 $\sqrt{\frac{1}{|c_{1}| ^{2} + |c_{2}| ^{2} + |c_{3}| ^{2}}}$를 곱해줘야 해서 식이 매우 더러워진다. 따라서, 이 문단에서는 그냥 파동함수가 정규화되어있다고 가정하고 식을 쓰도록 하겠다.
$\sum_{n} |c_i| ^{2} = 1$
그러면 위 결과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위 식은 물리학적으로 "하나의 양자 상태 $\ket{\psi}$는 여러 고유상태들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상태이다."라는 양자 상태의 중첩을 뜻한다.
겁나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을 예시로 들어보면,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 중첩되어 있다는 말은, 선형대수학의 언어로 번역하면 "고양이의 상태 벡터가 '살아 있는 고유상태'와 '죽어 있는 고유상태'의 선형 결합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뜻에 불과하다. 알고 보니 별거 없지 않은가?
그러면, 선형 결합된 식 중 각 고유 상태의 계수인 $c_i$가 양자역학에서 어떤 물리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바로 양자 상태에 Hermitian 연산자에 대응되는 물리량을 측정했을 때 그 고유 상태의 물리량이 측정될 확률 진폭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확률 진폭의 의미를 파헤쳐보기 위해 직접 Hermitian 연산자($\hat{Q}$)에 대응되는 물리량의 기댓값을 구해보자. 표기의 편의성을 위해 i번째 고유상태 $\ket{\psi_i}$ 의 고윳값을 각각 $Q_{i}$라고 표기하자.
$$\begin{aligned}
\braket{\hat{Q}} &= \bra{\psi}\hat{Q}\ket{\psi} \\
&= \bra{\psi}\hat{Q}\sum_{n} \braket{\psi_n | \psi} \ket{\psi_n} = \sum_{n} c_n \bra{\psi}\hat{Q} \ket{\psi_n} \\
&= \sum_{n} c_n \bra{\psi} Q_{n} \ket{\psi_n} \\
&= \sum_{n} c_n Q_n \braket{\psi | \psi_n}
\end{aligned}$$
오잉? 그런데 뒤에 남은 내적 덩어리인 $\braket{\psi | \psi_n}$이 어딘가 조금 낯설다. 그래도 낯설게 받아들이지 말자. $\ket{\psi} = (\bra{\psi}) ^\dagger$이므로, $\ket{\psi}$를 고유상태들의 선형 결합으로 정의한 식에 대거($\dagger$)를 취해주면 쉽게 구해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수반 연산자의 성질인 $(a\hat{A} + b\hat{B}) ^\dagger = a ^{*} \hat{A}^\dagger + b^{*} \hat{B}^\dagger$ 식을 활용하였다.)
$$\bra{\psi} = (\bra{\psi}) ^\dagger = (\sum_{m} c_m \ket{\psi_m})^\dagger = \sum_{m} c_m ^* (\ket{\psi_m})^\dagger = \sum_{m} c_m ^* \bra{\psi_m}$$
$$\begin{aligned}
\therefore \braket{\hat{Q}} &= \sum_{n} c_n Q_n \braket{\psi | \psi_n} \\
&= \sum_{n} c_n Q_n (\sum_{m} c_m ^* \bra{\psi_m})\;\ket{\psi_n} \\
&= \sum_{n} c_n Q_n (\sum_{m} c_m ^* \braket{\psi_m|\psi_n})
\end{aligned}$$
확률과 통계 시간에 배운 것과 같이, 기댓값은 각 값과 그 값이 나올 수 있는 확률을 곱한 값의 총합이다. 코펜하겐 해석에 의해 어떤 물질을 측정하면 그 물질의 파동함수는 붕괴되어 중첩 상태가 아닌 하나의 상태로만 결정되기 때문에, 위 식을 눈을 크게 뜨고 잘 살펴보면 자연수 i에 대해 $|c_{i}| ^{2}$를 i번째 상태의 해밀토니안 고윳값 $E_{i}$가 나올 수 있는 확률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각 고유상태별 고윳값이 나올 수 있는 확률은 선형조합에서 파동함수의 가중치의 절댓값 제곱($|c_{i}| ^{2}$)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보른의 해석에서 물질이 발견될 확률밀도함수는 그 위치에서의 파동함수 진폭값의 제곱 $|\Psi | ^{2}$이었던것처럼, 위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c_{i}$는 관측 시 $\psi_{i}$ 상태로 관측될 확률 진폭의 의미를 가진다.
행렬역학
우리는 지난 글까지는 양자 상태를 파동함수라는 위치 표현으로 해석했고, 이번 글에서 이 파동함수를 파동함수라는 '함수'의 개념을 기저를 도입해 추상적인 벡터 공간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양자 상태와 연산자를 이 기저에 대한 좌표 벡터와 비슷한 느낌으로 행벡터와 열벡터와 행렬로 나타낼 수 있는데, 이와 같이 양자 상태의 연산을 '행렬과 벡터'의 연산으로 바꾸어 양자역학을 푸는 접근법을 행렬역학이라고 한다.
양자 상태와 연산자를 '행렬과 벡터'로 해석하면 파동함수를 쓸 시절에 계산했던 복잡한 적분을 버리고 더 간결하게 나타낼 수 있다.
양자 상태의 행렬 표현
앞에서, Hermitian 연산자의 고유상태 집합은 양자 상태 $\ket{\psi}$의 벡터 공간인 $L ^2$ 공간의 기저라고 말했었다. 그러면, 선형대수학의 벡터 개념에서 "기저 B에 대한 $\mathbf{v}$의 좌표 벡터"와 비슷한 느낌처럼, 벡터의 형태로 $\ket{\psi}$를 표현할 수는 없을까?
$$\ket{\psi} = \sum_{n} c_i \ket{\psi_n}$$
여기서, $\ket{\psi}$의 $B = \{ \ket{\psi_1}, \ket{\psi_2},\ket{\psi_3}, \ket{\psi_4}, ...\}$에 대한 좌표 벡터를 구해보자. 각 고유상태 파동함수 $\ket{\psi_i}$에 대한 $\ket{\psi}$의 계수는 $c_i$이기 때문에, 좌표 벡터는 다음과 같다.
$$\ket{\psi} = \begin{bmatrix} c_1 \\ c_2 \\ c_3 \\ \vdots \end{bmatrix}$$
"아니, 위치 표현은 $\braket{x|\psi}$ 라고 간지 나게 쓰면서, 왜 Hermitian 기저로 나타낼 때는 Ket 앞에 Hermitian 기저로 쓴 행렬 표현이라고 말해주는 Bra를 안 붙이고, 추상적인 벡터인 $\ket{\psi}$를 갑자기 특정 기저로 표현한 좌표 표현과 같다고 표기하는 건데?!?"
이 이유는 바로 물리학자들의 지독한 귀찮음입니다.
물리학자들이 보기에 위치 표현($x$)은 실수의 조밀성 때문에 성분이 너무 촘촘해서 행렬 칸 안에 숫자를 도저히 채워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braket{x|\psi}$라는 브라-켓 문법을 고수하며 함수 형태로 썼습니다.
그런데, 에너지 같은 Hermitian 기저는 숫자가 딱딱 끊어지니까 세로로 이쁘게 쌓아서 대괄호 쳐놓기가 너무 좋았던 것이다! 따라서,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지금 해밀토니안 기저로 얘기하고 있는 거 다들 알잖아? 매번 $\braket{1|\psi}$, $\braket{2|\psi}$ 일일이 쓰기 귀찮으니까, 그냥 켓 기호 $\ket{\psi}$ 하나 써두고 우변에 행렬을 통째로 갈겨버리자!"
즉, 여러분이 느끼는 빡침은 물리학자들이 '지금 무슨 기저 쓰는지 아니까 브라는 대충 생략할게~'라며 그냥 런쳐버렸기 때문에 발생하는 대참사입니다. 수학적 엄밀함을 던져버리고 시각적인 편리함과 타협한 셈입니다.
선형대수학에서 기저에 대한 좌표 벡터를 순서쌍이나 열 벡터로 나타냈던 것처럼, 양자역학에서도 Ket($\ket{\psi}$) 상태를 기저 고유상태들의 계수(확률 진폭)들을 세로로 길게 나열한 열벡터로 완벽하게 대응시킬 수 있다! 대학 과정에서는 이를 양자 상태의 행렬 표현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Ket 벡터의 쌍대 벡터인 Bra($\bra{\psi}$)는 행렬로 어떻게 표현될까? 우리는 앞 파트 중 기댓값을 구하는 과정에서 브라 상태로 변할 때 계수에 켤레복소수($*$)가 붙는다는 것을 언뜻 보았다.
행렬 표현에서도 똑같다! Braket 표기법에 의한 내적 연산의 관점에서 Bra가 Ket 벡터 앞에 곱해져서 행렬이 아닌 상수를 뱉도록 하기 위해, Bra를 행렬로 표현하려면 $\ket{\psi}$로 나타난 열벡터를 가로로 눕힌 행벡터로 바꾸고, 각 성분에 켤레복소수를 씌워주면 된다.
$$\bra{\psi} = \begin{bmatrix} c_1^* & c_2^* & c_3^* & \dots \end{bmatrix}$$
이 표현을 사용하면, 왜 양자역학에서 내적을 $\braket{\psi | \phi}$처럼 브라와 켓을 양옆으로 이어 붙여서 쓰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두 양자 상태의 내적을 행렬의 곱셈 연산으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braket{\psi | \phi} = \begin{pmatrix} c_1^* & c_2^* & c_3^* & \dots \end{pmatrix} \begin{pmatrix} d_1 \\ d_2 \\ d_3 \\ \vdots \end{pmatrix} = c_1^*d_1 + c_2^*d_2 + c_3^*d_3 + \dots$$
오잉? 가로 행렬과 세로 행렬을 곱했더니 복소 유클리드 내적의 정의 공식이 그대로 튀어나온다! 즉, 복잡해 보이던 Braket 내적 연산은 사실 선형대수학에서 행벡터와 열벡터를 곱하는 아주 기초적인 행렬 곱셈에 불과했던 것이다.
연산자의 행렬 표현
양자 상태 $\ket{\psi}$를 성분들이 나열된 열벡터로 나타낼 수 있다면, 이 상태에 작용하여 새로운 상태를 뱉어내는 '연산자'는 선형대수학에서 벡터를 변환시키는 행렬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Ket에 적용하는 연산자의 행렬 표현을 알아보자.
임의의 연산자 $\hat{A}$의 행렬 표현을 구하기 위해, 스펙트럼 정리 바로 밑에서 우리가 유도했던 완비성 관계식을 다시 생각해보자.
$$\hat{I} = \sum_n \ket{\psi_n}\bra{\psi_n}$$
그러면, 양자역학 세계에 존재하는 아무 연산자 $\hat{A}$나 가져와보자. $\hat{A} = \hat{I}\hat{A}\hat{I}$ 처럼, 좌우에 항등 연산자 $\hat{I}$를 곱해도 연산자 자체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 성질을 이용해 왼쪽과 오른쪽의 $\hat{I}$ 모두에 완비성 관계식을 대입해보자. (짚고 넘어가자면, $\ket{\psi_i}$는 $\hat{A}$의 고유 상태일 필요는 없다.)
$$\begin{aligned}
\hat{A} &= \hat{I}\hat{A}\hat{I} \\
&= ( \sum_{i} \ket{\psi_i}\bra{\psi_i} )\; \hat{A}\; ( \sum_{j} \ket{\psi_j}\bra{\psi_j} ) \\
&= ( \sum_{i} \ket{\psi_i}\bra{\psi_i} ) \; ( \sum_{j} \hat{A} \ket{\psi_j}\bra{\psi_j}) \\
&= \sum_{i} \ket{\psi_i}\bra{\psi_i} \; ( \sum_{j} \hat{A} \ket{\psi_j}\bra{\psi_j} ) \\
&= \sum_{i} \sum_{j} \ket{\psi_i}\bra{\psi_i} \hat{A} \ket{\psi_j}\bra{\psi_j} \\
&= \sum_{i} \sum_{j} \bra{\psi_i} \hat{A} \ket{\psi_j} \ket{\psi_i} \bra{\psi_j}
\end{aligned}$$
중간에 $\ket{\psi_i} \bra{\psi_j}$를 가만히 살펴보자. $\ket{\psi_i}$는 i번째 성분만 1이고 나머지는 0인 열벡터이고, $\bra{\psi_j}$는 j번째 성분만 1이고 나머지는 0인 행벡터이다. 따라서, $\ket{\psi_i} \bra{\psi_j}$는 i행 j열 성분만 1이고 나머지는 0인 정사각행렬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bra{\psi_i} \hat{A} \ket{\psi_j} \ket{\psi_i} \bra{\psi_j}$는 i행 j열 성분만 $\bra{\psi_i}\hat{A}\ket{\psi_j}$이고 나머지는 0인 정사각행렬이다!
결국, 연산자 $\hat{A}$를 Hermitian 기저에서 행렬 형태로 표현한 진짜 정체는 행렬 성분 $A_{ij} = \bra{\psi_i}\hat{A}\ket{\psi_j}$들을 격자판 모양으로 예쁘게 배치한 정사각행렬이었던 것이다! 이 성분들을 우리가 잘 아는 행렬의 형태로 가시화해 쓰면 다음과 같다.
$$\hat{A} = \begin{bmatrix}
\bra{\psi_1}\hat{A}\ket{\psi_1} & \bra{\psi_1}\hat{A}\ket{\psi_2} & \bra{\psi_1}\hat{A}\ket{\psi_3} & \dots \\
\bra{\psi_2}\hat{A}\ket{\psi_1} & \bra{\psi_2}\hat{A}\ket{\psi_2} & \bra{\psi_2}\hat{A}\ket{\psi_3} & \dots \\
\bra{\psi_3}\hat{A}\ket{\psi_1} & \bra{\psi_3}\hat{A}\ket{\psi_2} & \bra{\psi_3}\hat{A}\ket{\psi_3} & \dots \\
\vdots & \vdots & \vdots & \ddots
\end{bmatrix}$$
수반 연산자와 다시 보기
그러면, 위에서 구한 연산자의 행렬표현 식에 $\hat{A}$의 수반 연산자 $\hat{A} ^\dagger$를 대입한 결과는 어떨까? 직접 대입해보자.
$$\begin{aligned}
\hat{A} ^\dagger
&= \begin{bmatrix}
\bra{\psi_1}\hat{A} ^\dagger \ket{\psi_1} & \bra{\psi_1}\hat{A} ^\dagger \ket{\psi_2} & \bra{\psi_1}\hat{A} ^\dagger \ket{\psi_3} & \dots \\
\bra{\psi_2}\hat{A} ^\dagger \ket{\psi_1} & \bra{\psi_2}\hat{A} ^\dagger \ket{\psi_2} & \bra{\psi_2}\hat{A} ^\dagger \ket{\psi_3} & \dots \\
\bra{\psi_3}\hat{A} ^\dagger \ket{\psi_1} & \bra{\psi_3}\hat{A} ^\dagger \ket{\psi_2} & \bra{\psi_3}\hat{A} ^\dagger \ket{\psi_3} & \dots \\
\vdots & \vdots & \vdots & \ddots
\end{bmatrix} \\
\end{aligned}$$
수반 연산자의 정의를 활용해주자.
$$\begin{aligned}
\hat{A} ^\dagger
&= \begin{bmatrix}
\braket{\psi_1|\hat{A} ^\dagger \psi_1} & \braket{\psi_1|\hat{A} ^\dagger \psi_2} & \braket{\psi_1|\hat{A} ^\dagger \psi_3} & \dots \\
\braket{\psi_2|\hat{A} ^\dagger \psi_1} & \braket{\psi_2|\hat{A} ^\dagger \psi_2} & \braket{\psi_2|\hat{A} ^\dagger \psi_3} & \dots \\
\braket{\psi_3|\hat{A} ^\dagger \psi_1} & \braket{\psi_3|\hat{A} ^\dagger \psi_2} & \braket{\psi_3|\hat{A} ^\dagger \psi_3} & \dots \\
\vdots & \vdots & \vdots & \ddots
\end{bmatrix} \\
\end{aligned}$$
내적 연산의 켤레 대칭성($\braket{f|g} = (\braket{g|f}) ^*$)을 활용해주자.
$$\begin{aligned}
\hat{A} ^\dagger
&= \begin{bmatrix}
\braket{\psi_1|\hat{A}\psi_1}^* & \braket{\psi_2|\hat{A}\psi_1}^* & \braket{\psi_3|\hat{A}\psi_1}^* & \dots \\
\braket{\psi_1|\hat{A}\psi_2}^* & \braket{\psi_2|\hat{A}\psi_2}^* & \braket{\psi_3|\hat{A}\psi_2}^* & \dots \\
\braket{\psi_1|\hat{A}\psi_3}^* & \braket{\psi_2|\hat{A}\psi_3}^* & \braket{\psi_3|\hat{A}\psi_3}^* & \dots \\
\vdots & \vdots & \vdots & \ddots
\end{bmatrix}
\end{aligned}$$
$$\hat{A} ^\dagger = \begin{bmatrix}
\bra{\psi_1}\hat{A} ^\dagger \ket{\psi_1} & \bra{\psi_1}\hat{A} ^\dagger \ket{\psi_2} & \bra{\psi_1}\hat{A} ^\dagger \ket{\psi_3} & \dots \\
\bra{\psi_2}\hat{A} ^\dagger \ket{\psi_1} & \bra{\psi_2}\hat{A} ^\dagger \ket{\psi_2} & \bra{\psi_2}\hat{A} ^\dagger \ket{\psi_3} & \dots \\
\bra{\psi_3}\hat{A} ^\dagger \ket{\psi_1} & \bra{\psi_3}\hat{A} ^\dagger \ket{\psi_2} & \bra{\psi_2}\hat{A} ^\dagger \ket{\psi_3} & \dots \\
\vdots & \vdots & \vdots & \ddots
\end{bmatrix}$$
자, 우리가 힘들게 유도한 이 행렬 표현을 앞 페이지에서 구했던 기존 $\hat{A}$의 행렬 표현과 비교해 보자. 놀라운 통찰력을 발휘해서 살펴본다면 엄청난 규칙성이 보인다.
기존 $\hat{A}$ 행렬 표현의 1행 2열 성분은 $\braket{\psi_1|\hat{A}\psi_2}$였다. 그런데 지금 구한 $\hat{A}^\dagger$ 행렬 표현의 1행 2열 성분을 보니, $\hat{A}$ 행렬 표현의 2행 1열 성분이었던 녀석을 가져와 켤레복소수($*$)를 씌워놓은 $\braket{\psi_2|\hat{A}\psi_1}^*$이 앉아 있다!
즉, $\hat{A}^\dagger$의 행렬 표현은 원래 $\hat{A}$ 행렬 표현을 전치한 다음 모든 성분에 켤레복소수를 씌운 형태와 정확히 일치한다. 바로 켤레전치 행렬 $\hat{A}^\dagger$이다!
파동함수에서 "수직선을 넘어갔을 때 원래 연산자 대신 튀어나오는 연산자"로 복잡하게 정의되었던 수반 연산자의 진짜 정체가, 행렬의 세계로 넘어오니 그저 '행렬을 대각선 기준으로 뒤집고 바를($*$) 씌우는 켤레전치 연산'에 불과했던 것이다.
여기서, 왜 수반 연산자 기호와 켤레전치 행렬 기호를 똑같이 대거($\dagger$)로 쓰는지 이제야 무릎을 탁 치며 이해할 수 있다!
$$\ket{\psi} ^\dagger = \begin{bmatrix} c_1 \\ c_2 \\ c_3 \\ \vdots \end{bmatrix} ^\dagger = \begin{bmatrix} c_1^* & c_2^* & c_3^* & \dots \end{bmatrix} = \bra{\psi}$$
Hermitian 연산자 다시 보기
이 놀라운 행렬역학과 선형대수학의 평행이론은 양자역학의 핵심인 Hermitian 연산자에서 정점을 찍는다.
우리는 4장 파동함수와 연산자 글에서 자기 자신과 수반 연산자가 완벽히 같은 연산자($\hat{A} = \hat{A}^\dagger$)를 Hermitian 연산자라고 부른다고 배웠다. 이를 방금 배운 행렬 표현으로 그대로 대입해 보면 어떻게 될까?
$$\hat{A} = \hat{A}^\dagger \ \ \Longleftrightarrow \ \ A = A^\dagger$$
$\hat{A}$의 행렬 표현과 그 켤레전치 행렬 $(\hat{A})^\dagger$가 완벽히 같다는 뜻이다. 즉, 대각선을 기준으로 행렬을 접었을 때 마주 보는 성분들이 서로 켤레복소수 관계($A_{ji} = A_{ij}^*$)를 이루는 행렬이 된다. 선형대수학에서는 이러한 행렬을 Hermitian 행렬이라고 불렀다.
결국, 양자역학에서 관측 가능한 물리량을 담당하는 'Hermitian 연산자'의와 'Hermitian 행렬'의 관계가 우연히 이름이 겹치는게 아니라, 행렬 표현으로 나타내면 본질적으로 같은 개념이었던 것이다!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에서는 '미분방정식을 만족하는 에르미트 연산자'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렸던 물리량이,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으로 넘어오면 그저 '대각선 기준으로 켤레 대칭을 이루는 이쁜 정사각행렬'로 탈바꿈하게 된다. 두 천재가 완전히 다른 기호를 써서 풀어재꼈던 양자역학이 선형대수학이라는 거대한 지붕 아래에서 완벽하게 하나로 묶이는 순간이다.
참고 자료
- Griffiths, D. J., & Schroeter, D. F. (2018). Introduction to quantum mechanics (3rd ed.). Cambridge University Press.
- Wikipedia - Hilbert Space (https://en.wikipedia.org/wiki/Hilbert_space)
- Wikipedia - Lp Space (https://en.wikipedia.org/wiki/Lp_space)
- Wikipedia - Bra–ket notation
(https://en.wikipedia.org/wiki/Bra%E2%80%93ket_notation)
연습문제
힐베르트 공간과 행렬역학 연습문제입니다.
- 다음 함수들이 $L^2$ 공간에 속하는지 판별하고, 그 이유를 서술하시오.
- $f(x)=e^{-x^2}$
- $f(x)=\frac{1}{x}$
- $f(x)=\text{cos} x$
- 글 중에 언급된 이산 기저에서의 완비성 관계식은 다음과 같았다.
$$\hat{I} = \sum \ket{\psi_n}\bra{\psi_n}$$
이를 위치 기저와 같은 연속 기저로 확장한다면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이산적 합을 나타내는 $\sum$이 연속적 합을 나타내는 $\int$로 교체되었다.)
$$\hat{I} = \int _{-\infty} ^{\infty} \ket{x}\bra{x} dx$$
$\ket{x}$가 특정 위치 x에서의 위치 기저임을 이용하여, 위 연속 기저에서의 완비성 관계식을 통해 임의의 양자 상태 $\ket{\psi}$가 다음과 같이 표현됨을 증명하시오.
$$\ket{\psi} = \int _{-\infty} ^{\infty} \psi (x) \ket{x} dx$$
- 본문에서 언급된 "스펙트럼 정리"를 증명하시오. (힌트: 주어진 정규직교집합의 각 원소를 열벡터로 갖는 유니터리 행렬 U를 세워 정규행렬 A에 대해 유니터리 대각화해보세요!)
$\hat{A}$가 정규 연산자이고, $\{ \ket{\psi_1}, \ket{\psi_2},\ket{\psi_3}, ...\}$가 $\hat{A}$의 고유벡터로 이루어진 정규직교집합이며, 모든 자연수 k에 대해 $\hat{A}$에 대한 $\ket{\psi_k}$의 고윳값이 $\lambda_k$일 때, $\hat{A}$를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begin{aligned}
\hat{A}
&= \lambda_1 \ket{\psi_1} ( \ket{\psi_1}) ^\dagger + \lambda_2 \ket{\psi_2} ( \ket{\psi_2}) ^\dagger + ... = \lambda_1 \ket{\psi_1} \bra{\psi_1} + \lambda_2 \ket{\psi_2} \bra{\psi_2} + ... \\
&= \sum_{n} \lambda_n \ket{\psi_n}\bra{\psi_n} \\
\end{aligned}$$
- 어떤 Hermitian operator $\hat{Q}$의 고유상태 ${\ket{\psi_1}, \ket{\psi_2}, \ket{\psi_3}}$가 3차원 부분공간을 이룬다고 하자. 이 기저 ${\ket{\psi_i}}$에 대하여, $\hat{Q}$의 행렬표현을 구하시오.
(단, ${\ket{\psi_1}, \ket{\psi_2}, \ket{\psi_3}}$ 고유상태에 대응되는 고윳값은 각각 $Q_1$, $Q_2$, $Q_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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