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 KNOT THEORY - 1. Knot
매듭의 정의와 종류
Introduction
매듭이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꼬인 이어폰, 리본, ... 아마 많은 것들이 생각 날 것이다. 어떤 매듭은 뭔가를 좀 더 예쁘게, 어떤 매듭은 삶을 편하게, 그리고 어떤 매듭은 인생을 힘들게 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수학적"으로 이것들은 모두 매듭이 아니다. 그렇다면 매듭 이론에서의 매듭은 무엇일까.
이 글에서는 매듭(knot)의 정의와 종류에 대해 다룰 것이다.
1. 매듭의 정의
수학적으로 매듭의 정의는 원을 3차원, 유클리드 공간($\mathbb{R^3}$)에 옮긴 것(embedding)을 말한다. 즉, 두께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 간단한 말로 하자면, 꼬임이 있는 폐곡선을 말한다.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에 매듭을 만드는 방법을 표현해 놓았다.

또한 한 매듭이 있을 때, 공간 상에서 자신을 자르거나, 통과하게 하지 않고 연속적으로 변형시켜 새로운 매듭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 매듭은 원래의 매듭과 동등한 매듭(equivalence)으로 본다.

매듭 이론은 이런 동등한 매듭과 동등하지 않은 매듭을 구별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2. 매듭의 표현
앞서 서술한 대로, 매듭은 3차원에서의 원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논문이나 종이에 매듭을 표현해야 하기에, 학자들은 아래와 2차원에 사영된 형태를 주로 사용한다.

2차원으로 사영될 때, 매듭이 교차되는 부분은 위(over), 아래(under)를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이 점을 교차점(crossing)이라 부른다. 이 교차점은 나중 매듭을 분류하는 기준이 되거나, 대부분의 불변량의 필수 요소로 사용되는 등 매우 중요하게 등장한다.

3. 매듭의 종류 및 분류
결국, 매듭 이론의 궁극적인 목표는 복잡하게 얽힌 매듭들이 서로 같은지 다른지 구별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학자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매듭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분류 기준을 연구해 왔다. 단순히 꼬인 횟수를 세는 것부터 얽히는 패턴이나 쪼개짐 여부까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매듭의 종류를 나누어 왔다.
(1) 대표 매듭
먼저, 분류된 매듭 중 가장 대표적이고 기본이 되는 매듭을 소개하겠다.

가장 왼쪽에 있는 원은 매듭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매듭이 맞다. 모든 매듭 중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로 풀린 매듭(unknot) 또는 자명한 매듭(trivial knot)으로 불린다.
중간에 있는 매듭은 세잎매듭(trefoil)이라 불리고, 오른쪽에 있는 매듭은 8자 매듭(figure-eight knot)이라 불린다. 그리고 이 둘은 각각 최소 교차점이 3, 4인 유일한 매듭이다. 여기서 최소 교차점이란, 한 매듭을 연속적으로 변형시켜 가장 교차점이 적은 형태로 만들었을 때의 교차점의 수를 의미한다.
이 얘기를 듣다 보면 '세잎매듭이나 8자 매듭을 풀어서 자명한 매듭을 만들 수도 있지 않나, 어떻게 다름을 알지?'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이는 매듭의 불변량을 이용하면 서로 다른 매듭임을 증명해낼 수 있다. 불변량에 대한 내용은 나중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다.
이런 한 매듭을 자체를 지칭하는 매듭도 있지만, 어떤 어떤 특징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매듭들을 여러 그룹으로 묶어서 분류하기도 한다. 선이 엇갈리는 패턴, 쪼개짐 여부, 방향성 등 다양한 기준이 있는데, 대표적인 분류 기준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2) 교대 매듭
교대 매듭(alternating knot)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매듭의 선을 따라 한 바퀴를 쭉 돌 때 만나는 교차점들이 위(over), 아래(under) 순서로 번갈아 나타나는 매듭을 말한다.
바로 위에서 살펴본 자명한 매듭, 세잎매듭, 8자 매듭은 모두 교대 매듭에 속한다. 매듭 위의 임의의 한 점을 잡고 선을 따라가 보면 이 규칙을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교차점이 하나도 없는 자명한 매듭을 교대 매듭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수학적으로는 자명한 매듭의 경우 교차점이 0개이기에 규칙을 어길 교차점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역시 교대 매듭으로 간주한다.
반면, 이 '위-아래' 규칙이 지켜지지 않고 '위-위-아래'처럼 불규칙하게 교차하는 매듭들은 비교대 매듭(Non-alternating knot)이라 부른다.
아래의 간단한 예시를 보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3) 합성 매듭과 기약 매듭
자연수에는 합성수와 소수가 있듯이, 매듭에는 합성 매듭과 기약 매듭이 있다.
먼저 합성 매듭(composite knot)이란, 자명한 매듭이 아닌 두 매듭의 합성으로 표현될 수 있는 매듭을 말한다. 매듭의 합성이란, 각 매듭 바깥쪽의 엇갈림 없이 쭉 이어져 있는 작은 곡선 부분을 잘라내고, 두 매듭의 남은 양끝을 엇갈림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 잇는 것을 말한다. 매듭 A와 매듭 B가 있을 때, 이 둘을 합성한 매듭은 A#B라고 표기하며, 이때 A, B를 A#B의 인자 매듭(factor knot)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엇갈림이 생길 경우, 매듭의 합성이 아니니 유의하자.

매듭 이론에서 합성수의 역할을 맡는 합성 매듭 있다면, 소수의 역할을 맡는 매듭도 있지 않겠는가. 바로 그 매듭이 기약 매듭(prime knot)이다. 기약 매듭은 자명하지 않은 두 매듭의 합성으로 만들 수 없는 매듭을 말한다. 앞서 살펴본 세잎매듭, 8자 매듭이 또한 기약 매듭에 포함된다. 왜 자명한 매듭은 포함하지 않는지 궁금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1을 소수라고 하지 않듯이, 자명한 매듭 또한 기약 매듭이라 하지 않는다. 항등원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어떤 매듭이 기약 매듭임을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대표 매듭의 경우 교차점의 수로 설명이 가능하다. 합성 매듭의 교차점의 수는 두 인자매듭의 교차점 수의 합이 된다. 세잎 매듭과 8자 매듭은 각각 교차점 수가 3, 4 인데, 이 매듭들을 합성으로 나타내기 위해선 교차점 수가 0 또는 1또는 2인 자명하지 않은 매듭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차점이 0, 1, 2인 매듭은 무조건 자명한 매듭이 되기에 세잎매듭과 8자 매듭은 자명하지 않은 두 매듭의 합성으로 표현이 불가능해진다. 그렇기에 두 매듭은 기약 매듭이라 할 수 있다.

마무리
지금까지 수학에서 매듭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는가에 대해 알아보았다.
숫자를 소인수분해하듯 복잡한 매듭을 기약 매듭으로 쪼개어 분석하고, 끈이 교차하는 위아래 패턴(교대/비교대)을 관찰하는 이 모든 과정은 결국 단 하나의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두 매듭이 본질적으로 같은지, 다른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우리는 앞서 세잎매듭과 8자 매듭이 기약 매듭임을 교차점의 수를 통해 간단히 증명해 보았다. 하지만 교차점이 10개, 20개로 늘어나고, 눈으로 선을 따라가기조차 벅찰 만큼 복잡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겉모습만 보고 섣불리 두 매듭이 같거나 다르다고 판단할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아무리 복잡하게 엉켜 보여도, 요리조리 잘 풀다 보면 결국 완전히 풀려버리는 자명한 매듭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매듭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변형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매듭만의 고유한 지문, 즉 불변량(Invariants)을 찾아내는 데 집중했다.
다음 글에서는 불변량을 찾고 증명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라이데마이스터 변형(reidemeister moves)과 가장 직관적이고 간단한 불변량인 3색 칠하기(tricolorablility)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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