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劇場版 チェンソーマン レゼ篇] 2025 :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
★★★ : 6/10
원색적인 공기가 새로이 드리웠다.
12월 18일부터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 [체인소맨]을 보고 흥미가 생겨 21일 보게된 영화이다. 개봉 후 3개월이 지나 꽤 뒷북을 친 편인데도, 상영관의 36자리가 꽉 채운 영화의 인기에 놀랐다. 애니메이션 12화를 모두 인상적으로 관람하기도 했고, 여러 곳에서 최상에 가까운 평가를 접해 기대가 아주 높았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만큼 기대한 영화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 이동진 | ★★★☆
예술은 폭발이다. 레제는 미래다. 알고도 당하는 순애의 맛
- 송경원 | ★★★★
컬트와 고전, <007>을 마음껏 활강하는 상상력의 악마, 내 심장을 원하는 황홀한 작화
- 김경수 | ★★★★☆
IMDb rating : 8.4/10 (34K)
IMDb Top 250 : 229위 (2025.12.27)
metacritic - User Reviews : 8.2/10 (190)
metacritic - Critic Reviews : 71/100 (13)
먼저 바로 위 사진에서 보이는 영화의 포스터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포스터 그 자체는 시각적으로 정말로 아름답다. 보라색 머리카락, 초록색 눈동자, 흰 피부와 셔츠, 푸른색 물결에 더해 빨간색의 피와 꽃이 보인다. 빨간색 없이는 어딘가 채워지지 않았을 색의 조합에 눈에 띄는 꽃을 추가하여 색감의 완전한 밸런스가 형성된 느낌을 준다. 포스터의 모티브가 된 전투 이후의 해변 장면과 천사의 악마에 의한 레제의 죽음 장면까지, 영화는 레제와 빨간색을 자주 붙여 놓는다. 작가처럼 포스터를 인상깊게 본 뒤에 작품을 감상한 관객들은, 레제의 빨간빛 없는 평소의 모습에서 묘한 공백과 동시에 날 서있지 않은 포근함을 보았을 것이다.

레제의 눈 디자인은 그녀에게 캐릭터가 가지는 고유의 부드러운 인상을 관객에게 완벽히 각인시킨다. 레제의 눈모양은 [체인소맨]의 다른 여자 캐릭터들이 가진 두껍고 대칭적인, 직사각형에 가까운 타원형의 그것과는 다르게 위는 볼록하고, 아래는 비교적 평평하다. 영화는 이러한 차이점을 통해 그녀에게 색다른 인상을 부여하기 위해 그녀의 눈을 지속적으로 비춘다. 웃을 때는 오히려 둥글둥글함이 부각되는 레제의 눈을 바라보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차별점인 귀여움과 친근함을 느낀다.

본격적으로 영화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레제와 덴지의 첫 만남 이후 그녀의 정체가 명확하게 밝혀지는 중반부까지의 분위기가 정말로 놀라웠다. 작가 개인의 취향일 순 있어도, 후반부의 엑션 장면보다 이 미묘한 로맨스의 지속이 들어간 노력과는 무관하게 더 높은 미학적 완성도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덴지의 솔직한 감정 서술과 레제라는 캐릭터 사이에서 형성되는 공기를 애니의 그것과 비슷한 완성도로 구현해냈다. 덴지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그의 마음속을 그대로 읽어주는 듯한 나레이션은 애니와 극장판 모두의 뚜렷한 특징이다. 이를 통해 작품은 남고생이 할만한 상상들을 가감 없이 시청자와 공유하며 그들을 덴지와 일치시키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에겐 불쾌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날것의 언어는 [체인소맨] 특유의 투박함을 대표하기도 한다.

해당 영화에서는 그러한 일치와 몰입을 위해 그의 내면의 소리뿐만 아니라, 바깥에 놓인 요소를 활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연출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장면이 바로 덴지와 레제의 학교 수영장 데이트 신이다. 학교 수영장에서 둘은 서로가 전라로 수영하는 모습을 본다. 주로 덴지의 시선으로 레제의 나체를 보여주는데, 스크린에 비춘 그녀의 모습은 성적이라기보단 인체 본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누드화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화면에 빛을 배치하는 방식이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어두운 밤, 달빛 아래에서 빛나는 물의 일렁임과 레제의 눈동자와 그녀의 밝은 피부는 찬란하게도 보인다. 일부 관객들은 다소 과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화려하게 연출되었다고 느낄 정도로 흰색 빛을 강렬하게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것 또한 덴지가 수영하는 레제를 보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고 몰입시키려는 감독의 의도인 것이다.


수영장 신 이후에 등장하는 레제와 의문의 남자 사이의 빠른 전투, 혹은 일방적인 제압은 가히 탁월한 액션 연출의 성과이다. 레제가 옥상까지 도망쳐 나온 뒤 궁지에 몰리자 자신을 추격했던 남자를 한 순간에 제압하는 장면을 깜빡이는 화면을 통해 보여준다. 마치 남자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듯, 흑백에 가까운 어두운 색채가 빠르게 깜빡인다. 순간적으로 보이는 화면 속에서, 방금전까지는 물속에서 아름답게 빛났던 레제의 다리가 남자의 몸을 휘감는다.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의 목을 조르는 레제의 눈동자에서, 관객은 일종의 '낙차'를 느낀다. 영화는 그녀가 부르는 소름 돋는 노래와 함께 여러 장소를 비춰주며 그곳 바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찬찬히 확인시킨다. 곧바로 태풍의 악마를 알아보는 레제의 대사까지, 작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기묘하게 바뀐다.


그리고 덴지와 축제에 간 레제는 그에게 좋아한다고 말한 뒤 폭죽 속에서 그와 키스한다. 그때 덴지의 혀를 잘라버리면서 정체를 완전히 밝히고,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엑션 시퀀스가 펼쳐진다. 레제와 덴지, 상어 마인 빔 간의 전투 장면의 작화는 관객을 완전히 압도해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풀 2D로 제작하면서도 시시각각 바뀌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색채 활용은 잊을 수가 없다. 별다른 말이 필요 없는, 애니메이터들의 갈려나간 영혼이 최대치로 효과를 낸, 폭발적이고 황홀한 명장면들의 연속이었다. 길게 유지되는 화려한 액션에서도 세부적인 연출법을 달리해 관객의 피로감을 해소하고 몰입을 유지시키는 능력과 집요함이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애니에선 후반부에 잠시 등장한 천사의 악마 케릭터를 잘 구체화해냈다. '천사의 악마'라는 모순된 조합에 걸맞게, 작품에서 항상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악마라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듯한 말을 하며 끝까지 죽음을 받아들이는, 어떻게 보면 그것에 도달해내는 눈빛을 보여준다. 히메노가 죽은 뒤 아키가 배정받은 새로운 버디로서 그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덴지와 레제의 전투에서 태풍의 악마에 휩쓸린 그를 끝까지 붙잡으며 줄어드는 수명도 감수한 아키의 모습은 전형적이지만, 몇 가지 특별한 점도 있다. 우선 영화는 이를 통해 인간이 가진 '마음'이라는, 시리즈가 가진 주제 중 하나를 부각한다. '악마에겐 마음이란 게 없다' 란 문장의 힘을 희석시키지 않으면서도, '인간에겐 마음이란 게 있다' 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강화한다. 그리고 그렇게 천사의 악마를 끌어안은 아키의 구도가 인상적이다. 정면으로 조금 내려다보는 정석적인 구도를 사용하면서, 인간이 천사의 날개에 안겨있는 흔한 구도에 변주를 주어, 인간이 날개를 접은 천사를 안아주도록 설계한 것이 그러하다.
아쉬웠다고 할 수 있는 점을 모아서 살펴보자.
작가 개인이 품고 있던 기대였지만, 레제와 덴지 사이에서 미묘하게 유지되는 로맨스의 비중이 조금이라도 컸다면 더욱 완성도 있는 영화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수영장 신과 같이 감정적인 장면도 잘 연출해내는 것을 보니 이를 더욱 깊게 활용할 기회가 보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악마의 모습으로 변신한 레제의 디자인에 조금 놀랐다.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작가의 개인 취향이다. 그만큼 이를 포기하고 얻어낸 후반부의 액션신 또한 훌륭했다는 뜻이다.
음악과 배경음의 활용 또한 애니와 비교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한 장소의 고요나 배경에 깔린 소리를 다루고 분위기로서 활용해내는 능력은 애니가 더욱 성숙하다고 할 수 있다. 애니는 활기, 고독, 슬픔 등의 다양한 정서를 확실하게 표현하기 위해 소름 돋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도시의 소리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히메노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본 아키가 병원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병실 창문 안과 밖을 이동하며 소리의 차이를 보여준다. 자동차의 소리, 사람들이 걸어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바깥 세상과, 완전히 고요한 병실 안이라는 공간은 소리를 통해 구분되고, 이는 아키의 허무함과 고립감을 영상으로 옮겨낸다. 신의 분위기와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 탁월한 사운드 디자인이다. 이에 반해 영화는 수영장 신과 같은 장면에서 피아노 음악을 삽입한다. 그리고 이 음악이 반복되는 전투의 마지막인 수장 장면에선 다소 시끄럽게 느껴지도 했다.
작품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도시쥐와 시골쥐 비유와 영화의 주제 사이에 거리감이 느껴졌다. 위험과 안정 사이의 선택이라는 주제를 내포하고, 이가 후반부 마키마의 입에서 변주된 것은 이해하겠으나, 영화 전체에서 최적의 위치를 차지하는 인상은 아니었다. 이에 대한 천사의 대사('마키마가 날 시골에서 도시로 끌고 왔어')가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다. 레제가 도시쥐와 시골쥐에 대해 말하는 장면에선 좀더 희망적이거나 밝은 색채를 넣는 것이 작품 전반부의 정서에 더욱 적절한 선택이었다. 이를 통해 천사의 악마와의 대비 구도를 형성하고 이후 반전의 무게감을 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덴지의 임시 버디가 된 빔의 캐릭터성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뚜렷하지 않았다. 기존의 인물들을 활용해 이에 상응하는 역할을 찾아낼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킨 이유가 의문이다. 꽤 시끄러운 캐릭터로 등장하여 주위를 집중시키지만 그 이후에 하는 일들이 영 시원치 않았다.
눈에 띄는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예술적인 면에서 예상보다 깊이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수영장 신에서 조율해낸 특별한 공기는 애니에선 보지 못했던 우아함마저 가지고 있었다. 후반부에 길고 화려하게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들는 그 높았던 기대를 아득히 뛰어넘는, 영화의 놀라운 완성도를 증명한다. 글 마지막에 조금만 언급했으나, 정장을 입은 천사라는 미묘하고, 어떻게 보면 전형적으로 강렬한 디자인의 인물을 참신한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영화의 흐름이 탁월했다. 그렇게 [체인소맨: 레제편]은 레제와 덴지 사이의 어리고도 청순한 형태, 그리고 천사의 악마와 아키 사이의 허무를 포용하는 애정적인 형태, 두 가지 모습의 사랑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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