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맨] 2025: 해당 년도 MC필름의 작품

[스마일맨] 2025: 해당 년도 MC필름의 작품

2025년 11월 1일 SAC,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영화 제작 클럽인 MC필름이 자체 제작한 중단편 영화를 약 25분간 상영하였다. 제작 기간, 인원, 소품, 장비, 시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최선이라 할 만한 퀄리티를 갖추었다.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는 면에서 현실적이고, 초자연적 현실에 대응하는 사람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는 면에서 추상적이다. 작가의 개인적인 기대를 확실히 뛰어넘으며 축제날 밤을 화려하게 장식한 탁월한 작품이라 느껴져 놀라웠다. 이성에서 감정을 이끌어내는, 어쩌면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여러 영화들이 목표로 두는 이상을 공유하며 이를 일부 실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줄거리

한 달에 한 번, 오전 9시,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웃는 100명은 죽는다. 이에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100명이 웃음으로 사망했음을 제보받고 실시간 방송으로 알려주는 '스마일맨' 제도를 운용한다. 그러나 점차 웃는 사람이 줄어들고 방송 시간이 수시간까지 길어지자 정부는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비공식 제보'를 포함하여 100명을 채우라 지시한다. 한편 한 경제학자는 현재의 스마일맨 방송이 결국 같은 수의 국민이 죽는 과정을 늦출 뿐이라며 재빠른 개정안을 촉구한다.
비공식 제보에 따라 웃은 스마일맨은 사망하고 다음 달 스마일맨 방송은 예상 외로 빠르게 끝난다. 방송 종료 후 2분동안 100명의 사망자가 났다는 안전 안내 문자를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해당 영화는 스마일맨이라는 소재를 통해 웃음과 죽음을 엮은 설정을 강조하고 주제를 드러낸다. 무슨 말이냐 하면, 스마일맨의 부자연스럽고 강제되는 웃음은 영화의 설정(일반적으로 긍정적 상징을 가지는 웃음이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과 맞물리는 감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슬픔도, 분노도 아닌 행복을 기반한 웃음을 소재로 택한 것도 이러한 근본적인 불쾌감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맥상통한다.

그 웃음이 스마일맨 개인의 것이라는 측면도 흥미롭다. 처음의 설정이 스마일맨이라는 소재를 일부 강제한다 느껴질 수 있으나, 이는 결과론적인 인과의 해석이고 또 그러한 설정의 선택 자체가 정교한 움직임이었다 할 수 있다. "국민 여러분 이제는 웃으셔도 됩니다."라 말하며 불안하게 웃어보이는 스마일맨의 모습은 영화의 수많은 주제를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스마일맨의 불안은 정부에 대한 일말의 불신을 기반으로 하며 이는 국가 운영의 불완정성과 그 불안정성을 덮어 쓴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공포와 긴장은 '웃음'이라는 동작을 바닥 끝까지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며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비공식 제보와 이를 대하는 정부, 방송 관계자들의 상반된 태도는 영화가 담으려는 사회의 모순을 나타낸다. 스마일맨 방송은 이전 공적인 확인을 받았다 여겨지는 공식 제보만을 채택했을 때도 사고가 발생할 만큼 커다란 위험 부담을 끌어 안은 채 진행되었다. 현역 스마일맨의 한 달, 그러니 1회 급여가 20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과 바로 몇 달 전에도 사고가 있어 조심해 달라는 스마일맨의 대사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불안정한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재보도 집계에 포함할 것을 방송 관계자들에게 강제한다.
이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는 관객이 존재할 것이다. 빠르게 100명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결국 총 희생자 수는 늘어나지도, 줄어들지 않다는 사실은 경제학자의 대사로 직접 등장한다. 국민들의 불안의 빠른 완화가 목적이었다 해도 높은 확률로 사고가 발생할 시 시민들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이러한 손해 뿐인 개정에 인원까지 현장 투입해 목을 매는 것은 개연성에 난 구멍이 아닌 주제의 정제를 위한 우화적 표현이다. 정부에 대한 관객의 인식을 조용히 부정적으로 바꿔 나간 뒤 결말부에서 이를 터트릴 치밀한 계획이었다 할 수 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해당 정부의 움직임을 제외한 다른 일련의 과정들을 눈에 띌 정도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웃음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모습, 스마일맨이 생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그리고 방송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모습은 순차적으로 빈틈 없고 현실적이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부 요원들이 방송실을 침입하는 장면을 포함한 전후 장면들에서 영화는 분위기를 바꿔 더욱 역동적이고 긴장되는 연출적 언어를 사용한다. 카메라를 빠르게 움직여 대화하는 요원과 PD의 얼굴을 연속으로 비추거나 동시에 배경에서 비공식 제보의 수가 빠르게 올라감을 알려주는 소리 등이 있다. 관객은 달라진 표현 양식에서 분위기의 변화를 느끼게 만든 것이다.

정부의 행동을 해석하기 위해 먼저 영화가 그 '경제학자'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는 철학적 논의를 살펴보자. 그녀는 통제할 수 없는 희생자 수 100명에 집중하지 말고 통제가 가능한 100명이 채워지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줄이는데 집중해야 한다 말한다. 이를 들은 시민들의 반응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해당 발언은 매달 100명의 시민을 모으고 죽이자는 것으로 읽힌다. 극단적이며 다소 과격해 보일 수도 있는 이 주장에 가장 큰 근거는 바로 앞서 언급했던 정해진 수의 인원이다. 피해 자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를 부가적인 손실을 최소화하며 맞이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을 임의로 선정하여 학살하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절대적 악행이다. 영화는 두 극단 사이를 오가는 국가의 모습을 통해 정책의 모습으로서 상호작용하는 존재의 모순을 드러낸다.

마지막 결말부는 영화가 쌓아온 긴장을 전부 집약한 뒤 탁월한 연출적 시도의 성공으로 모든 주제를 전달한, 가히 영화 내 최고의 명장면이다.
"국민 여러분 이제 웃으셔도 됩니다." 라 말하며 웃어보이는 그 다음 스마일맨을 비춤과 동시에 카메라를 비어있는 방송 상황실로 돌린다. 스마일맨의 웃음을 보고 웃은 학생 하나가 죽는다. 그리고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라는 경제학자의 말과 안전 안내 문자가 연속해서 화면에 나온다. 이로서 정부는 국민들을 완전히 배반하게 된다. 정부는 윤리적 딜레마를 초월해 완전한 속임수로 100명의 국민을 2분만에 죽이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