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 Book Review - 5. Dry

글 소개
[드라이]는 본 글의 작가가 중학교 1학년 시절 다니던 글 쓰기 학원 내에서 독서 숙제로 선정되어 처음 읽은 책이다. 그 당시 기억은 현재 남아있지는 않지만 그저 그런 책으로 읽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책이 인상 깊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다음 해, 독서록을 위해 [드라이]를 다시 집어 들어 읽었을 때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500 페이지가 넘는 소설책을 2일만에 읽은 것은 평소 글을 느리게 읽는 편이었던 나에게 꽤 재미있게 느껴졌다는 뜻이다. 오랜만에 읽은 재미있는 책을 평범한 독서록으로 낭비하고 싶지 않았는지 나는 책을 다시 읽으며 등장한 상징과 복선, 글의 문체적인 분위기와 함께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성격과 성장까지 전부 기록했다.
그리고 1주일 정도 작성된 독서록은 일반적으로 한 권으로 한 페이지를 채우는 학교 독서록 양식에서 13 페이지의 긴 분량이었다. 그 글을 읽어보면 지금도 그 당시 나는 그냥 글쓰기 자체를 좋아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9월 초중순 한과영 입학 관련 일이 겹치며 작성이 몇 주 지연되고 흥미가 떨어진 독서록은 언제나 그렇듯 책장의 구석으로 밀려났다.
그러다 합격은 했지만 한 학년 동안 독서록이 하나도 없는 것은 내 성격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이전까지 써 놓은 분량이 아깝기도 해 대충 마무리 지은 후 국어 선생님께 제출했다. 선생님은 글은 잘 썼지만 너무 길어 한 장의 분량으로 요약해 보라 하였고 아래 글이 올해 초에 작성된 그 요약본이다.
옮겨 적어 보니 생각보다 양이 적어 Logicae에 올리기 적당하도록 몇 문장을 추가했다. 기본적으로 해당 글 자체가 엄청난 분량에서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으며 밀도있게 요약한 글이라 어떤 방법으로든 건드리기 애매한 상태였다. 어느 부분을 추가했는지 바로 눈에 띄고 추가된 부분이 군더더기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글 소개보다는 본문이 더 길어야 한다고 믿는다.
처음에 쓴 전체 버전도 언젠간 Logicae에 개시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내가 보기에는 역시 부족한 부분은 부족하고 과한 부분은 과한 글이다. 사실 그러한 단점들이 확실하게 보이는 글이 그렇지 않은 글보다 고치기 쉬운 것은 확실하나 분량이 분량인지라 만족할 때까지 수정하는 것은 쉬운 과정이 아닐 것이다. 또한 글 자체가 처음 4페이지 이후부터는 등장인물 4명을 줄거리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하는 성격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다. 즉 해당 부분은 글 자체의 통일성이 높다고 볼 수 없고 사실상 글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해당 부분이 통째로 군더더기가 되어 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되었든 잘 고쳐 이 글의 본문을 수정하거나 파트 2로 나눠 업로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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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남부 켈리포니아에 닥친 가뭄은 시민 모두를 비인간적인 재앙 상황에 밀어 넣었다. 얼리사와 그녀의 동생 게일, 친구 켈턴은 물을 노리는 불량배 무리에게 습격을 받지만, 제키가 이들을 구해주고 합류한다. 켈턴의 이웃들의 집 습격과 형의 죽음을 목격했으나 마음을 다잡고 병커로 향하는 과정에서 헨리가 합류한다. 그러나 병커의 자원은 켈턴의 형이 이전부터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었기에 모두 고갈되어 있었고, 또다른 불량배의 습격에 켈턴은 이들을 총살한다. 탈수와 산불로 이들은 동반자살 직전까지 내몰리지만 소방 헬기의 도움으로 생존하고, 무사히 일상으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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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드라이>는 극단적 재난에 놓인 청소년들의 변화를 담은 성장 소설이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담은 소설로 입체적인 이야기 구조, 이와 연결된 문체, 시점 변화에서 해당 소설만 특징이 드러난다.
<드라이>는 재난 성장 소설인 만큼 인물들이 주어진 어려움을 해결하고 변화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갈등과 이의 해결 양상의 전체적인 흐름은 후반으로 갈수록 외부 인물의 협조와 도움 없이 점점 가중되는 시련만이 누적되는 양상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은 감정적인 변화를 겪으며 점차 성숙해진다. 이때 극한의 상황에서 강제 받는 내적인 변화와 심리를 생생히 묘사하지 않고 오히려 행동들을 통해 감각적이고 생략적으로 전달한다.
구체적으로 해당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들의 감정과 심리의 변화를 직접 표현하기 유리한 조건에 있으면서 이를 반대한다. 그 효과로 소설은 마치 언어적인 설명 없이 행동으로만 보여주는 영상 매체의 예술 작품과 같이 느껴진다. 이러한 책의 서술적인 특징은 이의 흥미롭고 몰입하기 쉬운 간단한 이야기 구조와 상징들과 결합해 독자들이 마치 영화를 감상하듯 책을 읽게 만든다.
이와 관련해 해당 소설은 묘사의 분위기를 적절하게 조절하며 상황에 반대되는 형식과 어휘를 배치해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예를 들어 켈턴의 형이 총살 당하는 장면과 결말 직전의 상황 장면은 마치 시와 같이 절제되고 규칙적이며 섬세한 문체로 실제 상황과의 괴리를 드러낸다. 이와 반대로 고요한 해변의 모습과 엄숙하고 조용한 식사 장면은 쓰나미, 교향곡 등 생동감 있는 어휘를 사용해 더 격렬하고 온도 있게 쓰여졌다.
[드라이]의 또 다른 특징으로 시점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이미 여러 문학 작품에서 사용되는 기법이지만 해당 소설은 이를 더 자유롭고 광범위하게 사용하였다. 구성적인 덩어리나 한 쳅터를 한 인물이 담당하는 것이 아닌 긴박한 이야기의 진행 도중에 이어받아 오히려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이야기의 판도를 바꾸고 모든 인물의 심리를 뒤흔든 켈턴의 벙커의 식량 고갈이 밝혀지는 장면에서 정확히 벙커 문이 열리는 시점에 서술자가 변경된다.
주요 인물들의 성격은 극단적으로 설정해 시점 변환마다 서술의 분위기 크게 변화시켜 읽는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또 속고 속이는 재난 상황 속 심리전을 편향된 서술자의 시선으로 전달해 독자들로 하여금 이에 동참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가장 나중에 합류하는 인물인 헨리는 다른 주인공들의 신뢰를 좀처럼 얻기 힘들어하며 또 자신은 그러한 본인을 언제나 지능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소설의 웃음 포인트 중 하나이다. 결국 후반으로 가 성공하는 그의 자칭 생존 전략이자 추한 거짓말과 배신은 헨리를 서술자로 사용하는 빈도를 확연히 줄이며 독자들에게 놀라움과 답답함을 선사한다.
이처럼 <드라이>는 인간의 단면이 비친 상으로 추악함과 비열함을 통해 희망과 환희를 논하는 대기와 물과 사랑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