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은 왜 반짝일까? - (1): Drude 모델

고전역학이 내놓은 거울에 대한 설명과 그 한계

반짝이는 금속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금속들을 마주한다. 가히 인류 문명은 금속 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휴대폰, 컴퓨터, 당신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거울, 열쇠고리 등 우리는 금속으로 치장된 일상 속에서 살고 있다. 반짝인다는 것- 그래서인지 우리는 이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정말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이것이 결코 자명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체물리학적 관점으로 거울의 상을 들여다보자.

고전역학의 설명: Drude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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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학은 맥스웰 방정식과 뉴턴역학으로 거울을 설명한다. 정성적으로, Drude 모델은 금속의 구조 속에서 전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자유전자 모델을 사용한다. Drude 모델은 금속을 균일하게 퍼져있는 전자의 총 전하량과 정확히 대응되는 양전하에(Jellium 모델) 자유전자가 떠다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한다. 여러분도 익히 알고 있듯 빛은 일종의 전자기파이다. 따라서 시간에 따라 변동하는 전자기장이 곧 빛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빛, 그러니까 전자기장을 쬔 금속 내부의 전자들은 전하를 가젔으므로, 그에 따라 운동을 할 것이다. 전하를 띈 물체가 운동하면 무엇이 만들어지는가? 그렇다! 전자기장이다.

Drude 모델에 따르면 이 자유전자들은 빛의 전자기장에 따라 진동한다. 이들이 진동하며 만들어낸 파장이 반사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보강간섭이 일어나 반사파를 형성하고, 그 반대 방향, 즉 투과하는 방향과는 상쇄간섭을 일으켜 빛이 금속 내부로 투과하는 것을 막아낸다. 정량적으로 Drude 모델의 결론을 알아보기 전에, 필수적인 물리학적 개념들을 먼저 간략히 알아보자.

파동의 수학적 기술

물리학에서 파동을 기술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는 삼각함수이다. 당신이 고등학교 수학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면 $\sin$과 $\cos$ 함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보다시피, 파동이다. 줄을 튕기면 생기는 떨림, 수면 위의 물결, 그리고 빛까지- 이 모든 것들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형태로 표현된다:

$$y(x,t) = A \cos (kx - \omega t)$$

잠시 각 기호의 의미를 짚어보자.

  • $A$: 진폭(amplitude), 즉 파동이 진동하는 크기의 정도.
  • $k$: 파수(wave number), 공간에 따라 위상이 변하는 빠르기. 파장 $\lambda$와 역수 ($\lambda = \frac{2\pi}{k}$)의 관계를 띈다.
  • $\omega$: 각진동수(angular frequency), 시간에 따라 위상이 변하는 빠르기. 진동수 $f$와 비례 ($f = 2\pi\omega$)의 관계를 띈다.
    그리고 당연히 $x$는 변위, $t$는 시간을 나타낸다. 여기서 파수 라는 단어가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 주파수의 파수가 그것이다. 주파수는 주기(週期)의 '돌 주 (週)'를 사용한다. 그래서 $\omega$를 시간 주파수라고도 하며, $k$를 공간 주파수라고도 한다.

그런데 사실 물리학자들은 보통 이런 삼각함수들을 곧잘 쓰지 않는다. 대신 복소지수함수를 즐겨 사용하는데, 다음과 같은 형식이다.

$$y(x, t) = A e^{i (kx - \omega t)}$$

그리고 이는 오일러 공식

$$e^{i \theta} = \cos \theta + i \sin \theta$$

에 의해 실수부만 취한다면 위의 식과 동치가 된다. 굳이 이런 방식으로 기술하는 이유는 계산이 극적으로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미분하면 지수법칙으로 $ik$ 만 곱하고, 두 파동의 위상차를 합칠 때에도 지수법칙 $e^{i \phi_1} e^{i \phi_2} = e^{i( \phi_1 + \phi_2 )}$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나는 복잡한 삼각함수 덧셈 공식 없이 처리해버릴 수 있다. 마지막에 답을 낼 때 실수부만 취한다는 사소한 오점을 빼면 아주 편리한 도구인 셈이 되시겠다. 이 복소 표현에서 $e^{i(kx - \omega t)}$는, 실수와 허수부가 각각 제곱하면 1이고 각각의 절댓값이 1 이하인 삼각함수이기에, 복소평면상에서 단위원 위의 점, 즉 단위 벡터이며 $(kx - \omega t)$만큼 회전해 있다. 파동이 공간을 따라 진행한다는 것은, 복소평면 상에서는 위치 $x$가 변할수록 이 화살표가 빙글빙글 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분극, 전기변위장, 그리고 유전함수

전하의 세기와 전기장의 세기는 거리가 같을 때 직관적이게도 비례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에 따른 비례상수가 있을텐데, 진공에서는 이것을 $\epsilon_0$이라고 부른다. 이는 자연의 기본 상수로 진공의 *유전율(permittivity)*라고 한다. 유전률은 정성적으로 매질이 전기장을 얼마나 잘 '허용'하는지를 나타낸다. 전하를 걸었을 때, 그 매질에 얼마나 강한 전기장이 걸리는 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간략하게

$$\text{(유전율)} = \frac{\text{(전하)}}{\text{(전기장)}}$$

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맥스웰 방정식은 기본적으로 빛과 전자기장이 진공을 지난다는 가정 위에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번과 같이 빛이 진공이 아닌 매질 속을 지날 때, 우리는 맥스웰 방정식을 그대로 쓸 수 없다. 매질 내부의 전하들이 전기장에 반응하여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다시 전기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상호작용을 깔끔하게 기술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 분극전기변위장이다.

매질에 외부 전기장 $E$를 걸면, 내부의 전하들(전자, 이온, 극성 분자 등)이 움직인다. 양전하는 전기장 방향으로, 음전하는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전하의 불균형이 생겨 일종의 작은 전기 쌍극자(dipole)들이 생기게 되는데, 이때 단위 부피당 이 전기 쌍극자 모멘트의 합을 *분극 $P$*라 한다. 쌍극자 모멘트라 함은 전하 $q$와 $-q$가 변위 $\vec{d}$만큼 떨어져 있을 때, $q$와 $\vec{d}$의 곱을 의미한다. 즉 $\vec{p} = q \vec{d}$이다. 이 분극은 외부 전기장과 반대 방향의 전기장을 내부에 만들어낸다--- 마치 외부 전기장을 '스크리닝'하는 것처럼. 그래서 매질 내부의 실효 전기장은 외부에서 걸어준 전기장보다 약해진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전기변위장 $D$이다. 이 전기변위장은, 금속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정성적으로 자유전자만으로 결정되는 스크리닝 이전의 원인이며, $E$는 스크리닝 이후의 결과인 실제 전기장이다. 따라서, 자유전하가 만드는 장($D$)에서 스크리닝을 하는 매질의 반응($P$)를 빼면 (분극이 전기장을 방해하므로 뺀다) 실제 전기장 $E$가 나온다고 기대할 수 있다. 전기변위장은 그 이름 때문에 전기장과 비슷한 성격을 띈 양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차원이 $[\text{C/m}^2]$으로 '단위면적당 전하'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분극도 차원이 $[\text{C}\cdot\text{m}]$인 전기 모멘트를 부피로 나누었으므로 차원이 $[\text{C/m}^2]$ 이다. 따라서 전기장과의 성격을 분석하려면 우선 전하의 성격에 해당하는 분극과 전기변위장을 전기장의 성격으로 바꿔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앞서 서술했듯 전기변위장은 물리학자들의 편의를 위해 스크리닝이 일어나기 이전에 주입된 원인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스크리닝이 일어나게 하는 것은 분극이다. 그러므로 $D-P$만큼의 전하가 진공에서 걸린 것이 실제 전하가 매질에 걸려 생긴 전기장($E$)이 된다고 분석해야 한다. 앞서 논의한 진공의 유전율을 이용해 수식적으로 나타내면:

$$E = \frac{D-P}{\epsilon_0} \implies D = \epsilon_0 E + P$$

전기장이 충분히 약할 때는 선형 매질, 즉 분극이 전기장의 세기에 비례하는 매질으로 근사할 수 있다. 이때의 비례 상수를 $\chi_e$, 전기 감수율(electric susceptibility)라고 한다. 이는 테일러 전개로 유도할 수 있는데, 본고에서는 생략한다. 따라서

$$P = \epsilon_0 \chi_e E$$

$$D = \epsilon_0 E + \epsilon_0 \chi_e E = \epsilon_0(1 + \chi_e)E = \epsilon_0 \epsilon_r E$$

이다. 여기서 $\epsilon_r = 1 + \chi_e$가 바로 비유전율(relative permittivity), 혹은 흔히 말하는 매질의 유전율이다. 이는 앞서 말했던 진공의 유전율처럼 전하와 전기장의 관계를 나타낸다. 한가지 다른 점은 수식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비'유전율은 그 정도를 진공의 유전율에 비해서 얼마나 전기장을 잘 허용하는지 나타낸다는 것이다. 수식에서 보이듯 이 비유전율이 높은 매질일수록 같은 전기장을 얻기 위해 더 강한 전기변위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epsilon_r$이 크다는 것은 매질이 분극을 잘 일으켜 전기장을 강하게 스크리닝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빛처럼 상수가 아닌 전기장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전하들이 전기장을 따라가는 데에는 관성이 있어서, 진동수가 높을수록 반응이 비교적 느려진다. 즉 매질의 반응이 진동수 $\omega$에 따라 달라지고, 따라서 유전율도 $\omega$의 함수가 된다. 이것이 유전함수 $\epsilon(\omega)$이다. 더 나아가 매질 내부에 감쇠(에너지 손실)이 있으면, 전하의 변위가 전기장과 정확히 동위상이 아니라 위상이 어긋나게 된다. 관성과 달리 감쇠는 현재 속도에 비례하기에 전기장이 강해지는 부분과 약해지는 부분을 비대칭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선술했던 파동의 복소지수함수를 이용한 표현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 위상차를 표현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 복소수이다. 그래서 유전함수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나타낸다:

$$\epsilon(\omega) = \epsilon_1(\omega) + i \epsilon_2(\omega)$$

복소평면상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모든 복소수는 기하적으로 수직한 두 성분으로 분해가 가능하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실수부인 $\epsilon_1(\omega)$는 전기장의 위상과 일치하는 성분을, 허수부인 $\epsilon_2(\omega)$는 그 위상과 수직, 즉 90도 어긋난 성분을 의미한다.

Drude 모델의 정량적 유도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금속에 빛이 들어온 상황을 생각해보자. 금속 내부의 어떤 한 자유전자 입장에서 이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전기장이 가해지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수식적으로, 이 자유전자에는 시간 $t$에 따라 $E(t) = E_0 e^{i \omega t}$의 전기장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하가 $-e$인 전자는 $-e E_0 e^{i \omega t}$만큼의 힘을 받는다. 이론적으로 자유전자는 핵에 구속되지 않으므로 복원력이 없다. 하지만 실제로 전자는 금속의 격자 원자핵과 충돌하며 운동량을 잃는다. 그래서 Drude 모델은 전자가 무언가와 충돌해 운동량을 잃는다는 현상론적 가정을 도입한다. 직관적으로, 속도가 빨라지면 단위 시간마다 그 무언가와 부딪히는 빈도가 증가할 것이다. 충돌하는 빈도는 속도와 비례한다. 그러므로 저항은 1차 비례이다. 따라서 감쇠항을 도입해 뉴턴 제2법칙을 쓰면,

$$F = ma = -e E_0 e^{i \omega t} - m \gamma v$$

$$m \ddot{x} + m \gamma \dot{x} = -e E_0 e^{i \omega t}$$

이 미분방정식을 풀 때 복소 표현의 진가가 드러난다. 전기장이 $e^{i \omega t}$로 진동하므로, 정상상태에서 전자의 변위도 같은 진동수로 응답한다고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x(t) = x_0 e^{i \omega t}$로 두자. 미분하면:

$$\dot{x} = i \omega x_0 e^{i \omega t}, \quad \ddot{x} = -\omega^2 x_0 e^{i \omega t}$$

이를 운동방정식에 다시 대입하면,

$$-m \omega^2 x_0 e^{i \omega t} + i m \gamma \omega x_0 e^{i \omega t} = -e E_0 e^{i \omega t}$$

$e^{i \omega t}$가 모든 항에 있으므로 약분된다:

$$-m \omega^2 x_0 + i m \gamma \omega x_0 = -e E_0$$

$$x_0 (-\omega^2 + i \gamma \omega) = -\frac{e E_0}{m}$$

$$x_0 = \frac{e E_0 }{m(\omega^2 - i \gamma \omega)}$$

여기서 $x_0$는 전자 변위의 진폭이다. 감쇠가 없다면 ($\gamma = 0$) $x_0$는 실수가 되어 전기장과 동위상으로 진동하지만, 감쇠가 있으면 $x_0$가 복소수가 되어 전기장과 위상이 어긋난다. 따라서 전자의 변위는:

$$x(t) = \frac{e E_0}{m(\omega^2 - i \gamma \omega)} e^{i \omega t}$$

이제 전자의 운동을 완벽히 기술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를 바탕으로 유전함수를 구해보자. 앞서 논의했듯 전자가 진동하면 분극이 생기고, 이 분극도 시간에 따라 진동한다. Drude 모델의 Jellium 가정에 의해 전자가 $x(t)$만큼 원점에서 이동하면, 그 전자가 빠져나온 부피 안에 남아있는 양전하를 적분한 값이 정확히 $+e$가 된다. 따라서 전하 $-e$와 $+e$가 $x(t)$만큼 떨어진 쌍극자가 형성되며, 그 쌍극자 모멘트는 정의에 따라:

$$p(t) = e \cdot x(t)$$

단위 부피당 전자가 $n$개 존재하고, 입사하는 전기장이 공간적으로 일정하므로 이들의 방향은 모두 같다. 그러므로 분극은 단순 곱셈으로:

$$P(t) = n e x(t) = \frac{n e^2 }{m(\omega^2 - i \gamma \omega)} E_0 e^{i \omega t}$$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야하는 점은 유전함수는 근본적으로 $\omega$에 비례해야 한다. 이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종속되는 P의 성분을 약분해내야 한다. P가 현재 시간에 종속되는 이유는 전기장의 세기가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고정하고 임의의 시간에서 그 시간의 전기장의 세기를 나누면 된다. 이를 위해 전기장을 정의하자:

$$E(t) = E_0 e^{i \omega t}$$

이제 $P(t)$와 $E(t) = E_0 e^{i \omega t}$의 비율을 취하면, $e^{i \omega t}$가 약분되어 시간 의존성이 사라진다:

$$\frac{P(t)}{E(t)} = \frac{n e^2 }{m(\omega^2 - i \gamma \omega)}$$

즉 분극과 전기장의 비율은 진동수 $\omega$만의 함수다. 이를 $D = \epsilon_0 E + P$에 대입하면:

$$D(t) = \epsilon_0 E(t) + P(t) = \left(\epsilon_0 + \frac{n e^2 }{m(\omega^2 - i \gamma \omega)}\right) E(t)$$

$D = \epsilon_0 \epsilon(\omega) E$와 비교하면 마찬가지로 $e^{i \omega t}$가 약분되고:

$$\epsilon(\omega) = 1 + \frac{n e^2 }{m \epsilon_0 (\omega^2 - i \gamma \omega)} = 1 + \frac{n e^2 }{m \epsilon_0} \cdot \frac{1}{\omega^2 - i \gamma \omega}$$

여기서 $\omega_p^2 = \frac{n e^2 }{m \epsilon_0}$로 정의하면:

$$\epsilon(\omega) = 1 + \frac{\omega_p^2 }{\omega^2 - i \gamma \omega}$$

$\omega_p$는 플라즈마 주파수(plasma frequency)로, 외부 자극 없이 전자 가스를 살짝 밀었을 때 자체적으로 진동하는 고유 진동수다. 정의에 제곱이 포함되는 이유는 이런 단순조화진동의 운동방정식의 해의 꼴에 제곱이 포함되기 때문인데, 지금은 그냥 저렇게 정의하면 $\omega_p$가 주파수의 의미를 가진다고 이해하면 된다. 용수철에 비유하면, 전자 가스가 한쪽으로 쏠렸을 때 양전하 배경과의 정전기적 복원력이 용수철 역할을 하고, 그 용수철 상수와 전자의 질량으로 결정되는 고유 진동수가 $\omega_p$인 셈이다. 이 값은 금속마다 고유한 물성값으로, 전자 밀도 $n$이 높을수록, 전자 질량 $m$이 작을수록 커진다.

이 결과가 품고 있는 물리를 음미해보자. $\omega \ll \omega_p$, 즉 입사광의 진동수가 플라즈마 주파수보다 훨씬 낮을 때(대부분의 금속에서 가시광선이 여기에 해당한다), $\epsilon(\omega)$의 실수부는 크고 음수가 된다. 이 영역에서는 유전율이 커서 빛은 금속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에서 반사된다. 반대로 $\omega \gg \omega_p$이면 $\epsilon \to 1$이 되어 금속이 투명해진다 — 실제로 X선은 금속을 통과한다.

맺음말

지금까지 우리는 고전역학과 맥스웰 방정식만으로 금속의 반사를 꽤 그럴듯하게 설명해냈다. 자유전자가 빛의 전기장에 의해 강제진동하고, 그 재방출파가 투과 방향으로는 상쇄간섭을, 반사 방향으로는 보강간섭을 일으킨다. 유전함수라는 하나의 복소수 함수가 그 모든 과정을 담아낸다. 19세기의 언어로 21세기의 현상을 설명하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불편한 질문들이 남는다. 전자는 양자역학적 입자인데, 왜 고전적인 뉴턴 역학으로 쓴 운동방정식이 이렇게 잘 맞는가? 사실 Drude 모델이 통하는 이유 자체가 깊은 양자역학적 정당화 위에 서 있다. 페르미온인 전자가 파울리 배타원리를 따르는 결과로 생기는 페르미 면(Fermi surface), 그리고 복잡한 다체 상호작용을 단순한 자유입자처럼 기술할 수 있게 해주는 페르미 액체 이론(Fermi liquid theory)이 그 배경에 있다. 고전적으로 보이는 운동방정식이 사실은 이 모든 양자역학적 구조의 유효 기술(effective description)인 셈이다. 또한 Drude 모델은 금속이 왜 색깔을 띠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이 모델만으로는 모든 금속이 은색이어야 한다. 금이 노란색이고 구리가 붉은색인 이유를 설명하려면, 구속전자의 공명을 기술하는 로렌츠 모델(Lorentz model)과 양자역학적 밴드구조, 그리고 금의 경우 상대론적 효과까지 끌어들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Drude 모델은 원자핵을 균일한 양전하 배경으로 뭉갰는데, 실제 금속의 주기적인 격자 구조를 고려하면 밴드갭이 생기고 그로부터 금속, 반도체, 절연체의 구분이 비로소 등장한다. 거울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이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이 이야기들은 다음 글에서 이어서 나눠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