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차원 외적과 나눗셈 대수

고차원 외적과 나눗셈 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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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경기과학고등학교 수학 III의 벡터 단원에서는 내적, 엄밀히는 점곱(dot product)을 통해 두 벡터의 수직 여부, 각도, 거리 등을 계산한다. 내적은 두 벡터를 입력받아 하나의 실수를 출력하는 이항연산으로 정의되며, 기하적으로 두 벡터가 이루는 각과 관련된다.

한편 3차원 공간에서는 두 벡터를 입력받아 하나의 벡터를 출력하는 외적(cross product)이 정의된다. 두 벡터 \(a,b\)의 외적 \(a\times b\)\(a\)\(b\)에 모두 수직이고, 그 크기는 두 벡터가 만드는 평행사변형의 넓이와 같다.

점곱은 \(\mathbb{R}^n\)의 표준 내적처럼 여러 차원의 내적공간에서 정의할 수 있다. 반면 외적은 일반적으로 3차원 벡터공간에서만 이용된다. 실제로 3차원 외적과 같은 성질을 모두 만족하는 연산은 대부분의 유한차원 벡터공간에서 정의되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7차원에서는 3차원 외적과 유사한 성질을 만족하는 연산을 정의할 수 있다.

본 포스트에서는 3차원 외적을 사원수와 연결하여 해석하고, 7차원 외적을 팔원수의 허수부로부터 유도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또한 노름 나눗셈 대수와 Hurwitz 정리를 이용하여 외적이 가능한 차원이 유한한 이유를 다룬다.

2. 이론적 배경

2.1. 대수의 기본 개념

실수체 \(\mathbb{R}\) 위의 벡터공간 \(A\)를 생각하자. 벡터공간에서는 원소끼리의 덧셈과 실수배가 정의되어 있다. 여기에 두 원소를 곱하는 연산

\[ A\times A\longrightarrow A, \qquad (x,y)\longmapsto xy \]

이 추가로 주어질 수 있다. 이 곱셈이 각 변수에 대해 선형일 때 \(A\)실수 위의 대수(real algebra)라고 한다. 즉 임의의 \(x,y,z\in A\)\(\lambda,\mu\in\mathbb{R}\)에 대해 다음이 성립해야 한다.

\[ (\lambda x+\mu y)z = \lambda(xz)+\mu(yz) \]
\[ x(\lambda y+\mu z) = \lambda(xy)+\mu(xz) \]

이 조건을 곱셈의 쌍선형성(bilinearity)이라고 한다.

대수의 곱셈은 실수의 곱셈과 다른 성질을 가질 수 있다. 모든 \(x,y\in A\)에 대해 \(xy=yx\)가 성립하면 곱셈이 교환법칙을 만족한다고 한다. 반대로 어떤 \(x,y\in A\)에 대해 \(xy\ne yx\)이면 그 곱셈은 비가환적(noncommutative)이라고 한다.

또한 모든 \(x,y,z\in A\)에 대해 \((xy)z=x(yz)\)가 성립하면 곱셈이 결합법칙을 만족한다고 한다. 결합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대수에서는 세 원소 이상의 곱을 쓸 때 괄호의 위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항등원, 역원, 나눗셈 대수

대수 \(A\)에 원소 \(1\in A\)가 존재하여 모든 \(x\in A\)에 대해 \(1x=x1=x\)가 성립하면 \(1\)을 곱셈의 항등원이라고 한다.

항등원이 있는 대수에서 \(x\in A\)에 대해 어떤 \(y\in A\)가 존재하여 \(xy=yx=1\)을 만족하면 \(y\)\(x\)의 역원이라 하고, \(x^{-1}\)로 쓴다. 영이 아닌 모든 원소가 역원을 가지는 대수를 나눗셈 대수라고 한다.

한편 대수 위에는 노름이 주어질 수 있다. 노름은 각 원소 \(x\in A\)에 대해 크기 \(\lvert x\rvert\)를 대응시키는 함수이다. 노름이 곱셈에 대해 다음 조건을 만족하면, 두 원소의 곱의 크기가 각 원소의 크기의 곱과 같아진다.

\[ \lvert xy\rvert = \lvert x\rvert\lvert y\rvert \]

노름을 제곱하여 \(N(x)=\lvert x\rvert^2\)로 쓰기도 하며, 이 경우 위 조건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 N(xy)=N(x)N(y) \]

2.2. 3차원 외적의 기본 성질

3차원 벡터공간 \(\mathbb{R}^3\)에서 두 벡터

\[ a=(a_1,a_2,a_3), \qquad b=(b_1,b_2,b_3) \]

의 외적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a\times b = \left( a_2b_3-a_3b_2,\; a_3b_1-a_1b_3,\; a_1b_2-a_2b_1 \right) \]

이 정의로부터 \(a\times b\)\(a\)\(b\)에 모두 수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 \langle a\times b,a\rangle=0, \qquad \langle a\times b,b\rangle=0 \]

외적의 크기는 두 벡터가 만드는 평행사변형의 넓이와 같다. 두 벡터가 이루는 각을 \(\theta\)라고 하면 다음이 성립한다.

\[ \lvert a\times b\rvert = \lvert a\rvert\lvert b\rvert\sin\theta \]

이를 내적을 이용하여 쓰면 다음과 같다.

\[ \lvert a\times b\rvert^2 = \lvert a\rvert^2\lvert b\rvert^2 - \langle a,b\rangle^2 \]
외적을 일반화하기 위한 조건

내적공간 \(V\)에서 연산 \(\times:V\times V\to V\)를 외적이라고 부르기 위해 다음 두 조건을 요구한다.

  1. \(x\times y\)\(x\)\(y\)에 모두 수직이다.
  2. 다음 크기 관계를 만족한다.
\[ \lvert x\times y\rvert^2 = \lvert x\rvert^2\lvert y\rvert^2 - \langle x,y\rangle^2 \]

2.3. 사원수와 팔원수

사원수

사원수(quaternion) \(\mathbb{H}\)는 실수체 \(\mathbb{R}\) 위의 4차원 대수로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mathbb{H} = \left\{ a+bi+cj+dk \mid a,b,c,d\in\mathbb{R} \right\} \]

기본 단위 \(i,j,k\)는 다음 관계를 만족한다.

\[ i^2=j^2=k^2=ijk=-1 \]

이 관계로부터 \(ij=k\), \(ji=-k\)가 성립하므로 사원수의 곱셈은 일반적으로 교환법칙을 만족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합법칙은 성립하므로 \(\mathbb{H}\)는 비가환 결합대수이다.

사원수 \(q=a+bi+cj+dk\)의 켤레사원수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overline q = a-bi-cj-dk \]

노름은 다음과 같다.

\[ N(q) = q\overline q = a^2+b^2+c^2+d^2 \]

특히 \(q\ne0\)이면 다음 역원이 존재하므로 \(\mathbb{H}\)는 나눗셈 대수이다.

\[ q^{-1} = \frac{\overline q}{N(q)} \]

순허수 사원수 \(bi+cj+dk\)\(\mathbb{R}^3\)의 벡터와 대응되며, 사원수의 곱셈 구조는 내적과 외적을 동시에 포함한다.

팔원수

팔원수(octonion) \(\mathbb{O}\)는 사원수를 확장한 8차원 실수 대수이다. 그 원소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 x = x_0+x_1e_1+\cdots+x_7e_7 \]

팔원수 역시 켤레와 노름을 가지며, 노름은 곱셈에 대해 다음 관계를 만족한다.

\[ N(x)=x\overline x, \qquad N(xy)=N(x)N(y) \]

따라서 \(\mathbb{O}\)도 영이 아닌 모든 원소가 역원을 가지는 나눗셈 대수이다. 그러나 팔원수에서는 교환법칙뿐 아니라 결합법칙도 일반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 (xy)z\ne x(yz) \]

단, 팔원수는 다음과 같은 대체법칙(alternative law)은 만족한다.

\[ x(xy)=(xx)y, \qquad (yx)x=y(xx) \]

3. 수 체계와 벡터의 외적

3.1. 사원수와 3차원 외적

순허수 사원수란 실수부가 \(0\)인 사원수이다. 따라서 두 순허수 사원수를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 u=u_1i+u_2j+u_3k, \qquad v=v_1i+v_2j+v_3k \]

이를 각각 \((u_1,u_2,u_3)\), \((v_1,v_2,v_3)\)인 3차원 벡터로 볼 수 있다.

이제 두 순허수 사원수 \(u,v\)의 곱 \(uv\)를 계산해보자.

\[ \begin{aligned} uv &= -(u_1v_1+u_2v_2+u_3v_3)\\ &\quad +(u_2v_3-u_3v_2)i\\ &\quad +(u_3v_1-u_1v_3)j\\ &\quad +(u_1v_2-u_2v_1)k \end{aligned} \]

앞의 실수항 \(-(u_1v_1+u_2v_2+u_3v_3)\)은 두 벡터의 내적에 음수를 붙인 값이다. 또한 \(i,j,k\)의 계수로 이루어진 허수부는 정확히 3차원 외적 \(u\times v\)에 해당한다.

\[ uv = -\langle u,v\rangle + u\times v \]
사원수 곱과 외적의 관계

3차원 외적은 순허수 사원수 두 개를 곱한 뒤, 그 결과에서 허수부만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u\times v = \operatorname{Im}(uv) \]

3.2. 팔원수와 7차원 외적

팔원수에서도 실수부가 \(0\)인 원소들을 모으면 7차원 벡터공간이 된다. 이 공간을 \(\operatorname{Im}\mathbb{O}\)라고 쓴다. 여기서 \(\operatorname{Im}\)은 복소수의 허수부와 마찬가지로 팔원수에서 실수부를 제외한 부분을 뜻한다.

순허수 팔원수 \(u,v\in\operatorname{Im}\mathbb{O}\)를 곱하면, 그 결과 \(uv\)는 다시 실수부와 허수부로 나뉜다. 사원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 uv = -\langle u,v\rangle + u\times v \]

여기서 \(-\langle u,v\rangle\)\(uv\)의 실수부이고, \(u\times v\)는 허수부이다. 따라서 7차원에서도 다음과 같이 외적을 정의할 수 있다.

\[ u\times v = \operatorname{Im}(uv) \]

이렇게 정의한 7차원 외적은 필수적인 외적의 성질을 만족한다.

\[ u\times v\perp u, \qquad u\times v\perp v \]
\[ \lvert u\times v\rvert^2 = \lvert u\rvert^2\lvert v\rvert^2 - \langle u,v\rangle^2 \]

오른쪽 식은 두 벡터가 만드는 평행사변형의 넓이의 제곱이므로, 이 연산은 7차원에서도 외적이라고 부를 만한 성질을 갖는다.

팔원수의 비결합성

사원수에서는 세 원소 \(a,b,c\)에 대해 항상 \((ab)c=a(bc)\)가 성립하지만, 팔원수에서는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다. 따라서 팔원수에서 세 원소 이상의 곱을 쓸 때는 괄호의 위치를 생략할 수 없다.

다만 두 원소 \(a,b\)를 고정하고, 이 둘로부터 덧셈, 뺄셈, 실수배, 팔원수 곱셈을 반복하여 만든 원소들만 생각하면 그 범위 안에서는 결합법칙을 사용할 수 있다.

4. 고차원으로의 확장

4.1. Cayley–Dickson 구성

Cayley–Dickson 구성은 주어진 대수로부터 차원이 두 배인 새로운 대수를 정의하는 방법이다. 기존 대수 \(A\)의 두 원소 \(a,b\in A\)를 이용하여 새로운 원소를 순서쌍 \((a,b)\)로 나타낸다.

따라서 새로 얻어지는 대수는 벡터공간으로서 \(A\oplus A\)와 같으며, \(A\)의 차원이 \(n\)이면 새 대수의 차원은 \(2n\)이 된다.

\(A\)에 켤레 연산 \(a\mapsto\overline a\)가 정의되어 있다고 하자. Cayley–Dickson 구성에서는 \((a,b)\)의 켤레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overline{(a,b)} = (\overline a,-b) \]

두 원소 \((a,b)\), \((c,d)\)의 곱은 기존 대수의 곱셈과 켤레 연산을 이용하여 정의한다.

\[ (a,b)(c,d) = \left( ac-\overline d\,b,\; da+b\overline c \right) \]

실수체 \(\mathbb{R}\)에서 출발하여 이 구성을 적용하면 복소수체 \(\mathbb{C}\)를 얻는다. 다시 \(\mathbb{C}\)에 같은 구성을 적용하면 사원수 \(\mathbb{H}\)가 얻어지고, \(\mathbb{H}\)에 한 번 더 적용하면 팔원수 \(\mathbb{O}\)가 얻어진다.

\[ \mathbb{R} \longrightarrow \mathbb{C} \longrightarrow \mathbb{H} \longrightarrow \mathbb{O} \]
\[ 1 \longrightarrow 2 \longrightarrow 4 \longrightarrow 8 \]

Cayley–Dickson 구성을 반복하면 차원은 계속 증가하지만, 대수적 성질은 점차 소실된다.

  • \(\mathbb{R}\)\(\mathbb{C}\)에서는 곱셈이 교환법칙과 결합법칙을 모두 만족한다.
  • \(\mathbb{H}\)에서는 결합법칙은 유지되지만 교환법칙은 일반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 \(\mathbb{O}\)에서는 교환법칙뿐 아니라 결합법칙도 일반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4.2. Hurwitz 정리

앞선 논의를 바탕으로 15차원 또는 그 이상의 차원에서도 팔원수와 같은 방법으로 외적을 정의하고자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Hurwitz 정리는 확장이 계속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Hurwitz 정리

유한차원 실수 노름 나눗셈 대수는 \(\mathbb{R}\), \(\mathbb{C}\), \(\mathbb{H}\), \(\mathbb{O}\)뿐이다.

15차원, 즉 십육원수의 허수부를 이용하려 할 때 나타나는 문제는 노름이 곱셈에 대해 보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수, 복소수, 사원수, 팔원수에서는 다음이 성립한다.

\[ \lvert xy\rvert = \lvert x\rvert\lvert y\rvert \]

이 성질에 의해 \(xy=0\)이면 \(\lvert x\rvert\lvert y\rvert=0\)이므로 \(x=0\) 또는 \(y=0\)임을 알 수 있다. 즉 영이 아닌 두 원소의 곱이 \(0\)이 되는 일이 없다.

반면 십육원수에서는 일반적으로 \(\lvert xy\rvert=\lvert x\rvert\lvert y\rvert\)가 성립하지 않는다. 특히 \(x\ne0\), \(y\ne0\)인데도 \(xy=0\)이 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러한 \(x,y\)영인자(zero divisor)라고 한다.

영인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영이 아닌 원소로 나누는 연산을 항상 정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만약 \(x\ne0\)가 역원 \(x^{-1}\)을 가진다면, \(xy=0\)의 양변 왼쪽에 \(x^{-1}\)을 곱하여 \(y=0\)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십육원수에서는 \(x\ne0\), \(y\ne0\)이면서 \(xy=0\)인 경우가 있으므로 이런 \(x\)는 역원을 가질 수 없다.

외적에서 노름 나눗셈 대수의 구성

\(n\)차원 내적공간 \(V\)에 외적 \(\times:V\times V\to V\)가 존재한다고 하자. 여기서 외적은 다음 조건을 만족한다고 가정한다.

\[ x\times y\perp x, \qquad x\times y\perp y \]
\[ \lvert x\times y\rvert^2 = \lvert x\rvert^2\lvert y\rvert^2 - \langle x,y\rangle^2 \]

이제 \(A=\mathbb{R}\oplus V\) 위에 다음과 같이 곱셈을 정의한다.

\[ (a,x)(b,y) = \left( ab-\langle x,y\rangle,\; ay+bx+x\times y \right) \]

또한 노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lvert(a,x)\rvert^2 = a^2+\lvert x\rvert^2 \]

외적의 두 조건을 이용하면 다음이 성립한다.

\[ \lvert(a,x)(b,y)\rvert = \lvert(a,x)\rvert \lvert(b,y)\rvert \]

따라서 \(A\)\((n+1)\)차원 노름 나눗셈 대수가 된다. Hurwitz 정리에 의해 가능한 차원은 다음 네 가지뿐이다.

\[ n+1\in\{1,2,4,8\} \]

따라서 다음을 얻는다.

\[ n\in\{0,1,3,7\} \]
즉, 0차원과 1차원의 자명한 경우를 제외하면, 위의 수직성과 크기 조건을 만족하는 외적은 3차원과 7차원에서만 정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