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Introduction to Quantum Physics-2.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양자 중첩

시리즈|Introduction to Quantum Physics-2.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양자 중첩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지 않을까 싶다. 양자역학 이야기가 나오면 절대로 빠지지 않는 멤버이기도 하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대체 어떤 존재였길래 이토록 유명해진 것일까.

앞선 글에서 달과 관련된 문제를 제시했다. 미시세계에서 적용되는 양자역학을 거시세계에 적용하면 일어나는 일을 다룬 것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또한 이와 비슷한 존재다. 그중에서도 특히 앞쪽에서 다룬 양자중첩 현상을 다룬 것이다.

어? 나는 양자중첩이란 걸 배운 덕이 없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앞선 글에서 나는 양자중첩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독자가 배운 이중성은 사실 양자 중첩 현상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라고도 할 수 있다. 양자 중첩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화학에서 오비탈을 배울 때 전자의 스핀에 대해서 들어보았을 것이다. 전자는 업스핀과 다운스핀, 두 가지의 스핀을 띨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스핀을 가진 두 전자가 모여 하나의 전자쌍을 이룬다는 파울리 배타 원리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나의 전자가 갖고 있는 스핀의 방향을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업스핀과 다운스핀 두 종류가 존재한다고 하면 전자는 둘 중 하나를 고유한 성질로 갖고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사실 큰 오해이다. 앞선 글에서 빛이 입자나 파동,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자 모순이 발생했던 것처럼, 전자의 스핀 또한 둘 중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중첩’상태인 것이다.

일반적인 예시를 살펴보자. 동전 던지기의 경우를 살펴보겠다. 동전을 던지면 나올 수 있는 상태는 앞면, 뒷면의 명백한 두 가지가 있다. 그러나 중첩 상태는, 앞면이면서 동시에 뒷면인 상태인 것이다. 직관적으로 시각화하자면 동전이 회전하면서 서 있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내가 드는 예시들에는 엄밀히 따지면 명확하지 않은 오류들이 있으나, 이는 더욱 직관적 설명을 위해 어느정도 허용하겠다)

그런데 이 돌고 있는 동전을 손바닥으로 탁! 치는 순간, 그 중첩은 깨지고 앞면이든 뒷면이든 단 하나의 현실로 고정된다. 1편에서 다루었던, 카메라를 켜는 순간 전자가 슬릿 한 곳으로 굳어버리던 기묘한 현상이 바로 이 스핀의 중첩과 정확히 같은 원리다. 관측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때, 흥미로운 것은 이 확률이 꼭 50:50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확률을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다. 예컨데, 앞면이 나올 확률이 70, 뒷면이 나올 확률이 30인 중첩 상태 또한 만들 수 있다. 그러한 경우 반복적으로 관측을 시행할 때 열에 일곱은 앞면이 관측될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텐데, 당시 물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두고 한술 더 뜨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미시 세계의 입자들은 관측되기 전까지는 이 세상 모든 곳에 확률의 파동으로 겹쳐서 존재한다는 것.

이 주장의 중심에 있던 학파가 바로 보어를 필두로 한 과학자들이였다. 이러한 해석은 코펜하겐 해석이라 불린다. 그리고 이 황당무계해 보이는 소리를 실시간으로 듣고 있던 오스트리아의 천재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이러한 주장에 반기를 들게 된다. 관측하기 전에는 결정되지 않고 곂쳐 있다는 사실이 수학적 계산은 맞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슈뢰딩거는 코펜하겐 해석의 맹점을 비꼬기 위해, 미시 세계의 이 기괴한 규칙을 우리가 사는 거시 세계로 끌어올리는 악마 같은 가상의 실험을 설계한다. 그것이 바로 역사상 가장 고통받는 동물,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등장이다.

사고 실험으로, 그는 아주 튼튼하고 불투명한 상자 하나를 준비한 뒤, 그 안에 다음의 것들을 한데 집어넣었다.

  1. 귀엽고 안쓰러운 고양이 한 마리
  2. 50%의 확률로 붕괴해 방사능을 뿜는 불안정한 원자 하나 (미시 세계의 중첩 상태)
  3. 방사능을 감지하면 깨지는 독가스 바이알(병)

구조는 간단하다. 1시간 뒤 원자가 붕괴하면 독가스가 터져 고양이는 죽는다. 반대로 원자가 붕괴하지 않으면 독가스는 터지지 않고 고양이는 산다. 원자가 붕괴할 확률과 붕괴하지 않을 확률은 정확히 반반(50:50), 즉 회전하는 동전처럼 중첩되어 있다.

자, 이제 상자를 닫고 1시간이 흘렀다. 상자를 열어보기 직전, 상자 속 고양이는 살아있을까, 죽었을까?

우리의 상식(거시 세계)으로는 고양이는 이미 상자 안에서 '살아있거나', 혹은 '죽어있거나' 둘 중 하나의 명확한 상태여야 한다. 우리가 상자를 여는 행위는 그저 결과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코펜하겐 해석, 즉 양자역학의 주류 규칙을 여기에 곧이곧대로 대입하면 소름 돋는 결론이 나온다. 인간이 상자를 열어 '관측하기 전'까지는, 고양이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50%씩 겹쳐진,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 고양이의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령도 아니고, 살아있으면서 죽어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 ‘살아있거나 죽어있는 고양이’라고 잘못 말하거나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엄밀히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 고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이 더욱 기묘한 것이다)

이처럼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 중첩 상태가 거시 세계에 적용될 경우에 어떠한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예시이자, 양자역학의 대명사이다. 이러한 발상이 양자역학을 비꼬기 위해서 제시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무튼, 슈뢰딩거의 이러한 사고실험은 코펜하겐 파의 정곡을 찔렀으며, 과학자들은 이 고양이 한마리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다. 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 죽어있을 수 없다는 것은 엄밀한 사실이다. 그러나, 계산상 양자 중첩 현상은 사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순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모순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이 고약한 고양이 문제 앞에서 물리학계는 크게 두 가지 길로 갈라졌다.

첫 번째는 코펜하겐 학파의 정공법이었다. 그들은 슈뢰딩거의 비판을 정면으로 받아치며 이렇게 주장했다. 맞는 말이라고.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는 진짜로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으며, 우리의 거시적인 직관이 틀린 것뿐이라고 말이다. 다만, 실제 현실에서는 고양이가 너무 거대하고 주변 환경(공기 분자 등)과 끊임없이 '관측'에 준하는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우리가 상자를 열기도 전에 이미 중첩이 깨져버린다는 정교한 이론(양자 결어긋남)으로 발전하게 된다.

두 번째는 공상과학 소설보다 더 영화 같은 해결책이었다. 바로 '다세계 해석(Many-worlds interpretation)'이다. 상자를 여는 순간, 고양이가 사는 세계와 죽는 세계로 우주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는 것이다. 뭔가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여러분들이 영화나 소설에서나 접했던 멀티버스 이론이다. 인간이 관측을 통해 하나의 결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관측하는 순간 우주 자체가 쪼개져서 한쪽 우주의 나는 살아있는 고양이를 보고, 다른 쪽 우주의 나는 죽어있는 고양이를 보게 된다는 파격적인 주장이다. '평행우주'라는 개념이 바로 이 슈뢰딩거의 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이 내놓은 진지한 답변 중 하나였던 셈이다.


결국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을 비웃으려고 이 고양이를 상자 속에 넣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기묘한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불멸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그리고 인류에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을 남겼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삶도 상자를 열기 전의 고양이와 닮아있을지 모른다. 선택을 내리기 전의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중첩 상태로 존재하니 말이다.

상자 속 고양이의 기묘한 생사 확인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하자. 하지만 양자 세계의 미스터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글에서는 아인슈타인이 "유령 같은 원격 작용"이라며 불쾌해했던, 빛보다 빠른 기적의 연결망 '양자 얽힘(Entanglement)'의 세계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