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 SUPERNOVA - Part 2
Part 1에서는 초신성의 발생과 그 종류에 대해 다루었다. Part 2에서는 초신성의 에너지, 초신성 폭발 이후 남는 천체들, 그리고 실제 초신성의 예시를 폭넓게 살펴보겠다.
초신성의 에너지
초신성의 에너지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에너지 양과는 차원이 다르다.
핵붕괴 초신성의 경우, 폭발 시 방출되는 총 에너지는 약 $3 \times 10^{53}\mathrm{erg}$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99%는 중성미자의 형태로 방출되고, 가시광선으로 방출되는 에너지는 약 $10^{49}\mathrm{erg}$ 정도다. 초신성이 에너지 중 극소수만 가시광선으로 방출됨에도 불구하고, 이 에너지 만으로도 초신성은 폭발 후 수 주 동안 그것이 속한 은하 전체와 맞먹는 밝기를 낼 수 있다. 최대 밝기에서 초신성은 태양의 약 100억 배나 더 밝다.
밝기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나타낸 것을 광도 곡선(light curve)이라고 하는데, 초신성의 광도 곡선은 초기에는 폭발의 충격파 에너지에 의해 밝아지다가, 이후 방사성 원소의 붕괴가 광도의 주된 에너지원이 된다. 특히 ${}^{56}\mathrm{Ni}$이 ${}^{56}\mathrm{Co}$로, 다시 ${}^{56}\mathrm{Fe}$로 붕괴하면서 내놓는 감마선이 광도를 수십~수백 일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초신성 잔해
폭발이 끝난 후에도 초신성의 효과는 지속된다. 폭발로 날아간 물질들은 주변 성간 물질(ISM, Interstellar Medium)에 강력한 충격파를 만들며 퍼져나가는데, 이것이 초신성 잔해(Supernova Remnant, SNR)다.
천문학자들은 잔해의 관측적 형태와 중심 천체의 유무에 따라 이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중심에 뚜렷한 천체가 보이지 않고 팽창하는 충격파가 거대한 비눗방울 모양의 껍질을 형성한 껍질형(Shell-like) 잔해다.

둘째, 중심에 남은 펄사가 강력한 입자풍과 자기장을 뿜어내어 잔해 내부를 밝게 채우는 펄사풍 성운형(Pulsar Wind Nebula, PWN)이다. 엄밀히 말해 PWN은 폭발 충격파가 아닌 펄사가 실시간으로 잃어버리는 회전 에너지로 빛나기 때문에 물리적 기작은 껍질형과 전혀 다르며 초신성 잔해라고 보기는 애매하다. 그러나 하나의 초신성 폭발 사건에서 기인한 결과물이기에 관습적으로 초신성 잔해의 한 범주로 묶는 경우가 많다.

셋째, 외곽의 껍질 구조와 중심의 펄사풍 성운이 동시에 관측되는 복합형(Composite)이다.

넷째, 전파 관측에서는 외곽의 껍질이 뚜렷하게 보이지만, X선 관측에서는 오히려 중심부가 더 밝게 나타나는 열적 복합형(Thermal Composite), 또는 혼합 형태(mixed-morphology) 잔해가 있다. 이들은 겉보기에는 껍질형처럼 보이지만, 내부의 뜨거운 가스가 상대적으로 오래 남아 중심부 X선 방출을 강하게 보이기 때문에 독특한 구조를 이룬다. 보통 펄사풍 성운처럼 중심 펄서가 지배하는 경우와는 달리, 펄서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내부의 열전도나 성간 구름과의 상호작용이 이런 중심부 밝기의 원인으로 제안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W44와 IC 443이 있다.

가장 유명한 예시는 중국의 천문학자들이 1054년에 기록한 펄사풍 성운형 잔해, 게성운(Crab Nebula)이다. 게성운 중심의 펄사는 초당 30회 회전하며, 그 엄청난 자기장 에너지를 잔해 전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때 펄사풍의 고속 전자가 자기장 속을 회전하며 푸른빛의 싱크로트론 복사(synchrotron radiation)를 내뿜고, 이 막대한 복사 에너지가 주변의 흩어진 초신성 방출물(ejecta) 가스를 광이온화(photoionization)시킴으로써 우리가 관측하는 화려한 필라멘트(filament) 형 구조들이 빛나게 된다.

또한 껍질형 초신성 잔해는 생성 직후부터 우주 공간으로 사라지기까지 명확한 4단계의 물리적 진화 과정을 거친다. 처음 수백 년간은 폭발 물질들이 주변의 저항을 무시하고 초속 수천 km로 뻗어 나가는 자유 팽창(Free Expansion) 단계를 거친다. 이후 휩쓸고 지나간 성간 물질의 질량이 폭발 방출물의 질량보다 커지며 제동이 걸리면, 내부에 에너지가 갇힌 채 수백만 도의 온도로 강렬한 X선을 뿜어내는 단열(Adiabatic) 단계에 진입한다. 시간이 더 흘러 에너지가 빛으로 빠져나가며 온도가 식으면, 충격파가 성간 물질을 제설차처럼 밀어붙이며 가시광선 필라멘트 구조를 만드는 복사 냉각(Radiative) 단계를 지난다. 마침내 수만 년이 흘러 팽창 속도가 완전히 둔화되면, 잔해는 형체를 잃고 우주 공간 속으로 녹아드는 방산(Dispersion) 단계를 맞이하며 끝을 맞는다.
이처럼 기나긴 진화 과정을 거치며 초신성 잔해는 성간 물질을 거세게 뒤흔들고, 은하 내의 우주선(cosmic ray)을 가속시킨다. 무엇보다 폭발 시 만들어진 산소, 탄소, 규소, 철 등 무거운 원소들이 성간 공간으로 흩어지면서 다음 세대의 별과 행성, 그리고 생명체를 구성하는 재료가 된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철 원자 하나하나가 어딘가의 초신성에서 만들어져 우주를 떠돌던 파편이라는 것은, 생각해보면 꽤나 경이롭다.
중심 천체
핵붕괴 초신성의 경우, 폭발 후 중심부에 고밀도의 천체가 남는다.
남겨진 천체의 정체는 별의 초기 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대략적인 기준으로, 태양 질량의 8~20배 정도 범위의 별은 중성자별을 남기고, 그보다 훨씬 무거운 별은 블랙홀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경계는 별의 금속성(metallicity)이나 자전 속도, 쌍성 여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지므로 딱 떨어지는 값으로 명시하기가 어렵다.
중성자별로 이어지는 경우, 초기에는 빠른 자전과 강한 자기장을 가진 펄사(pulsar)로 관측되기도 한다. 반면 블랙홀로 붕괴하는 경우에는 폭발 자체가 매우 어둡거나(failed supernova), 반대로 극초신성(Hypernova) 및 감마선 폭발(GRB, Gamma-Ray Burst)과 연관되기도 한다. Ia형 초신성의 경우에는 백색왜성 전체가 완전히 파괴되기 때문에 중심 천체가 남지 않는다. (다만, 최근에 발견된 Iax 형 초신성(Type Iax Supernova)이라고 부르는 희귀 사례의 경우에는 폭발이 표준적인 Ia 형 초신성보다 느리게 일어나 백색왜성의 바깥 껍질과 일부 물질만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고 중심부는 충격을 견디고 살아남기도 한다. 이를 좀비별(Zombie Star)라고 부르기도 한다.)
SN 1987A
초신성 폭발에 대한 이론적인 질문들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또 새로운 질문들을 던진 사건이 있었다. 바로 1987년 2월 23일, 우리 은하의 위성 은하인 대마젤란은하(LMC)에서 발생한 SN 1987A이다. 이는 1604년 요하네스 케플러가 관측했던 초신성 이후 무려 400여 년 만에 인류가 맨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던 초신성 폭발이었다. 현대적인 천문학 장비들이 갖춰진 이후에 발생한 이 사건은, 인류의 초신성에 대한 이해를 크게 확장하였다.
SN 1987A는 천문학자들에게 많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중 첫 번째는, 폭발 직후 관측된 특이한 광도 곡선(light curve)에서 나온 것이다.

일반적인 핵붕괴 초신성은 폭발 초기부터 급격히 최대 광도로 치솟은 후 어두워지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SN 1987A의 광도 곡선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초반에 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가, 수십 일에 걸쳐 서서히 다시 밝아지는 모습을 띤 것이다.
천문학자들이 이 광도 곡선을 분석한 결과, 폭발을 일으킨 별이 예상보다 훨씬 작고 밀도가 높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만약 이 항성이 적색초거성이었다면, 초신성에 의한 충격파가 두꺼운 수소 외피층을 뚫고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팽창에 따른 냉각도 천천히 일어났을 것이다. 반면, SN1987A의 주인공은 반경이 훨씬 작고 표면 온도가 뜨거운 청색초거성(Blue Supergiant)이었다.
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에 중심부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빠르게 별의 표면을 뚫고 나올 수 있었으며, 이 직후, 별을 구성하던 물질들이 우주 공간으로 팽창하면서 온도가 급격히 감소하였고, 이로 인해 폭발 초기의 가시광선 밝기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중심부에서 합성된 방사성 원소들이 붕괴하며 내는 에너지가 바깥으로 전달되면서 다시 서서히 밝아지는 곡선을 그리게 되었다.
SN1987A가 가지는 천문학적 의미는 크다. 원래 천문학계에는 거대 질량 별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반드시 거대한 적색초거성을 거친 후 폭발한다는 생각이 주류였다. 그러나 SN 1987A는 별이 진화 과정에서 강한 항성풍이나 쌍성 상호작용으로 인해 겉부분의 질량을 대부분 잃어버리면, 폭발 순간까지 푸른색을 띠는 밀집된 청색초거성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증명해 주었다. 초신성의 기형적인 빛의 궤적이 인류의 항성 진화 모델을 새롭게 쓰게 만든 셈이다.
SN 1987A가 남긴 또 다른 의미있는 발견은 중성미자(Neutrino)의 관측이다.
초신성의 폭발이 가시광선으로 관측되기 약 3시간 전, 일본의 카미오칸데 II, 미국의 IMB 등 지하 검출기에서 총 24개의 중성미자가 포착되었다. 철 핵이 붕괴할 때 중심부에서 방출된 중성미자가,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적어 방해를 덜 받는 특성 때문에 빛보다 먼저 지구에 도달한 것이다.
이 짧은 중성미자 신호는 초신성 폭발 에너지의 약 99%가 가시광선이 아닌 중성미자의 형태로 빠져나간다는 기존의 이론을 완벽하게 입증했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극한의 물리를 실제로 증명한 이 사건은, 빛이 아닌 다른 입자로 우주를 탐구하는 중성미자 천문학(Neutrino Astronomy)의 개막을 알린 순간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천문학적 의의
초신성이 천문학에서 갖는 의미는 정말 많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원소 합성이다.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거의 모든 원소는 별의 핵융합이나 초신성 폭발을 통해 만들어진다. 특히 철보다 무거운 중원소들(금, 우라늄 등)은 초신성 폭발과 중성자별 합병 시 일어나는 r-process(rapid neutron capture process) 등을 통해 생성된다. (Kilonova 글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r-process에 익숙할 것이다.) 즉, 초신성은 우주의 화학적 진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우주의 역사와 미래를 연구할 수 있게 한다. 상술하였듯이, Ia형 초신성의 표준 촛불 성질 덕분에,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이는 우주의 팽창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초신성 폭발은 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신성의 충격파는 주변 성간 물질을 압축하여 새로운 별의 탄생을 촉진하며, 이는 별 형성의 중요한 도화선 중 하나이다.
결론
초신성은 우주가 자신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별이 일생동안 만든 원소들을 성간 공간에 되돌려주고, 충격파로 새로운 별의 탄생을 이끌며, 극한의 물리 환경으로 인류의 이론 물리학을 시험한다. 과거의 천문학자들이 갑자기 하늘에 나타나는 밝은 별을 보고 '새로운 별'이라고 불렀던 것은, 물론 틀린 이름이었지만, 어떤 의미에서 초신성은 정말로 무언가 새로운 것의 시작이기도 하다.
PS. 중성자별과 블랙홀에 관한 이야기는 Compact Stars 시리즈에서 다룰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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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ell, D. A., et al. (2006). The type Ia supernova SNLS-03D3bb from a super-Chandrasekhar-mass white dwarf star. Nature, 443(7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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