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 Gravitational Wave Astronomy - 3. Polarization of Gravitational Waves
서론
지난 글에서는 다양한 중력파원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밀집 쌍성 병함, 고속 회전하는 비대칭 중성자별, 초신성 폭발, 그리고 우주 전역에 존재하는 확률론적 중력파 배경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시공간의 요동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런 중력파는 '어떤 방향'으로 시공간을 흔들까? 이번 글에서는 중력파의 편광(polarization)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광이란?
편광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파동이 무엇인지부터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파동은 어떤 물리량이 공간을 전파하는 현상이다. 그런데 파동이 진행하는 방향과, 그 물리량이 진동하는 방향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소리처럼 진행 방향과 진동 방향이 같은 종파(longitudinal wave)도 있고, 줄을 흔들 때처럼 진행 방향에 수직하게 진동하는 횡파(transverse wave)도 있다.
편광은 횡파에서만 나타나는 성질이다. 횡파는 진행 방향에 수직인 평면 안에서 진동할 수 있는데, 그 평면 안에서 어느 방향으로 진동하는가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편광이다. 빛과 중력파는 모두 횡파이다. 중력파는 진행 방향에 수직인 평면 안에서 시공간을 찌그러뜨린다.
빛의 편광을 잠깐 살펴보자. 전자기파에서 전기장 벡터가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면 선형 편광(linear polarization),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면 원형 편광(circular polarization),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의 형태이면 타원 편광(elliptical polarization)이라 한다. 이 세 가지 편광 상태는 사실 두 가지 독립적인 선형 편광의 조합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 두 성분의 진폭과 위상 차이에 따라 편광의 종류가 결정된다. 두 성분의 위상이 같으면 선형 편광, 위상 차이가 정확히 90도이고 진폭이 같으면 원형 편광, 그 외의 경우는 타원 편광이 된다. 중력파의 편광도 같은 논리로 이해할 수 있다.
중력파의 두 가지 편광 모드
중력파는 두 가지 독립적인 편광 모드(진동하는 패턴)를 가진다. 이를 각각 플러스 편광(plus polarization, $h_+$)과 크로스 편광(cross polarization, $h_\times$ )이라 부른다.
두 편광이 시공간을 어떻게 변형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해보자. 중력파가 독자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온다고 상상하고, 이 중력파가 지나가는 공간에 원형으로 배치된 입자들이 있다고 가정하자.
플러스 편광의 경우, 중력파가 지나가면서 공간이 수평 방향으로 늘어날 때 수직 방향은 동시에 줄어들고, 반 주기가 지나면 반대로 수직 방향으로 늘어나고 수직 방향이 줄어든다. 원형으로 배치된 입자들은 마치 가로로 납작해졌다가 세로로 납작해지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진동하는데, 이 모양이 +자라 하여 플러스 편광이라고 부른다.

크로스 편광은 플러스 편광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늘어나고 줄어드는 방향이 45도 회전되어져 있는 형태이다. 이번에는 입자들이 대각선 방향으로 납작해지고 늘어나기를 반복하며, 그 모양이 ×자를 닮았다.

이 두 편광 신호들이 합쳐져서 우리가 검출하는 중력파 신호가 되는 것이다.
Linear Polarization, Circular Polarization, and Elliptical Polarization
그렇다면 실제 천체가 만들어내는 중력파는 어떤 형태일까? 두 천체가 서로를 돌고 있는 CBC 중력파의 inspiral 단계를 보자.
이 쌍성계의 공전 궤도면이 관측자의 시선 방향과 이루는 각도를 경사각(inclination angle, $\iota$)이라 정의한다. $\iota = 0^\circ $이면 관측자가 공전 궤도면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것이고, $iota = 90^\circ$이면 궤도면의 옆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 경사각을 이용하면 쌍성계가 만들어내는 플러스 편광과 크로스 편광을 각각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 h_+(t) = \frac{2M\eta v(t)^2}{D}(1 + \cos^2 \iota) \cos[2\phi(t) - 2\phi_0] $$
$$ h_\times(t) = \frac{4M\eta v(t)^2}{D}(\cos \iota) \sin[2\phi(t) - 2\phi_0] $$
이 식들을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각 변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M$은 두 천체의 총 질량, $\eta$는 대칭 질량비 (이 둘은 전 글에서 다루었듯이 공전하는 두 천체의 질량으로부터 유도된 값이다.) , $v(t)$는 공전 속도, $D$는 광원까지의 거리, $\phi(t)$는 공전 위상, $\phi_0$는 초기 위상이다. 우리가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은 두 수식에서 $\iota$가 포함된 부분이다.
$h_+$에는 $(1 + \cos^2 \iota)$가, $h_\times$에는 $(\cos \iota)$가 곱해져 있다. 이 $\iota$의 값이 바로 우리가 관측하는 중력파의 편광 상태를 결정한다.
$\iota$에 따라 다음과 같은 편광 상태가 나타난다.
- $\iota = 90^\circ$: 선형 편광 (Linear polarization)
$\iota = 90^\circ$이면 $\cos \iota = 0$이므로 $h_\times = 0$이 된다. 즉 크로스 편광 성분 없이, 플러스 편광 성분만 나타난다. 이 상태가 선형 편광이다. 관측자가 쌍성계의 궤도면 옆에서 바라볼 때, 두 천체가 앞뒤로 오가는 것만 보이기 때문에 공간의 변형이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것으로 관찰되는 것이다.
- $\iota = 0^\circ$: 원형 편광(Circular polarization)
$\iota = 0^\circ$이면 $\cos \iota = 1$이므로 $h_+$의 진폭은 $\frac{2M\eta v^2}{D} \cdot 2$, $h_\times$의 진폭은 $\frac{2M\eta v^2}{D} \cdot 2$로 서로 같아진다. 또한 $h_+$는 $\cos$ 함수, $h_\times$는 $\sin$ 함수로 기술되므로 두 성분의 위상 차이는 정확히 $90^\circ$가 된다. 진폭이 같고 위상 차이가 $90^\circ$인 두 성분의 조합은 원형 편광이다. 관측자가 공전 궤도면을 정면에서 바라볼 때, 두 천체가 시계 방향(혹은 반시계 방향)으로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공간의 변형 패턴도 일정하게 회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iota \neq 0^\circ, 90^\circ$: 타원 편광(Elliptical polarization)
앞선 두 상황이 아닌 다른 사례이면(즉, $\iota \neq 0^\circ, 90^\circ$이면) 선형 편광과 원형 편광의 효과 사이의 효과가 난다. 이것이 실제 관측에서 가장 일반적인 편광 상태이다.
편광의 중요성
중력파의 편광을 측정하는 것은 중력파 분석 시, 그리고 이론 물리학을 확인할 때 중요하다.
우선, 편광 정보는 중력파원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h_+$와 $h_\times$의 진폭 비율로부터 경사각 $\iota$를 추정할 수 있고, 이는 곧 쌍성계의 공전 궤도면이 하늘에서 어떻게 기울어져 있는지를 알려준다. 또한 여러 검출기가 동시에 신호를 기록할 때 각 검출기에서 $h_+$와 $h_\times$가 어떻게 섞여 관측되는지를 비교하면, 중력파가 어느 방향에서 발생해 날아온 것인지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중력파 분석 시에 매우 중요하다.
추가적으로, 편광 모드의 수와 형태는 중력 이론 자체를 검증하는 수단이 된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두 가지 텐서 편광 모드($h_+$, $h_\times$)만을 예측한다. 반면, 스칼라-텐서 이론(scalar-tensor theory)과 같은 대안적인 중력 이론들은 스칼라 브리딩 모드(scalar breathing mode)나 벡터 모드(vector mode)와 같은 추가적인 편광 모드의 존재를 예측하기도 한다. 현재의 검출기로는 이를 검증하기 어렵지만, 향후 더 많은 검출기가 가동되면 중력파의 편광 분석은 일반 상대성 이론이 완벽히 옳은지, 그리고 대안적 중력 이론들이 타당한지 검증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중력파는 진행 방향에 수직인 평면에서 시공간을 찌그러뜨리는 횡파로, 플러스 편광, 크로스 편광이라는 두 가지 편광 모드를 가진다. CBC 중력파에서 쌍성계의 공전 궤도 경사각에 따라서 선형, 원형, 타원 편광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편광 정보는 중력파원의 기하학적 구조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일반 상대성 이론을 직접 검증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큰 물리적 의미를 지닌다.
다음 글에서는 이 미세한 시공간의 찌그러짐을 실제로 어떻게 측정해내는 중력파 검출기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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