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조선업의 미래
대한민국 조선이 단순히 산업 분야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 영향력에서도 기반이 되는 국가 산업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군함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여 적극적인 진입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은 현재 조선 시장 중 가장 큰 수요처이다.
배(ship)의 중요성은 인류 문명이 발전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제국주의의 도래 이후, 배는 단순히 물건이나 사람을 옮기는 용도가 아닌 정치, 외교의 용도로써도 역할이 생겼다. 이른바 '함포 외교'가 열강들에 의해 널리 쓰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외교 방식은 무례하지만 효과적이었고, 오늘날에도 '함포'는 군사적 목적 뿐만 아니라 정치적 메세지를 강력히 드러낼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쓰이고 있다. 군함 뿐만 아니라 상선도 마찬가지다. 전세계에서 물동량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며 해운 역량 자체가 국력이 되고 있다. 여전히 조선업은 마이너한 중공업 분야가 아니다. 첨단 산업의 급격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 역사 몇 천 년을 함께 했던 조선은 아직도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세계 조선 기술력 1위인 대한민국 조선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이 글에서는 군함과 고부가가치 상선, 즉 특수선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겠다.
- 국제 정세에서 조선업의 중요성
- 현 미국 조선업의 현주소와 세계 상선 및 군함 시장
첫 번째로, 미국 조선업은 오랜 기간 쇠퇴하여 선박 건조 역량이 크게 축소되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조선소 수의 80% 이상이 문을 닫았고, 현재는 연간 5척 건조 수준으로 생산량도 급감하였다.1 특히 특수선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매우 쇠퇴하였다. 기술력은 몰라도 생산력이 굉장히 부족한 것이다. 미국 외의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 또한 특수선은 커녕 일반적인 상선도 건조할 능력이 없다. 한편, 세계에서 상선과 군함의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특수선을 생산할 기술력과 생산력을 가진 얼마 안되는 국가이고, 대한민국의 동맹국은 보안과 품질 등 여러가지 이유로 동맹국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 현재 시대에 맞는 선박을 제조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 중국 등 극소수
현재 전 세계 조선 생산량 톤 수의 90% 이상은 중국, 한국, 일본이 차지하고, 미국은 0.2%에 불과하다. 또한 미국 무역 구조상 미국 국적의 상선은 185척으로, 이마저도 내항선을 제외하면 93척으로 매우 적은 수준이므로, 미국의 국제 무역은 외국 선박에 의존하는 상황이다.2 미국이 냉전 이후 유지해왔던 세계 패권을 계속해서 쥐고 있으려면 경제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경제는 미국이 무역을 잘 해야 살아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전세계 물동량 90% 이상을 차지하는 해운사 중 미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고, 이들 해운사는 대부분 조선 강국에 위치해 선박을 자국에서 주문하거나 수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3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려면 해운부터 장악해야 할 것이고, 해운을 장악하려면 든든한 조선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군함이든, 일반 상선이든 미국은 이들을 생산하고 유지보수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존스 법으로 보여진다. 존 법은 1920년 우드로 윌슨 행정부 시기에 미국 조선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내 항구에서 승객과 물품을 운송할 때는 미국에서 제조되고 미국인이 소유 및 운항하는 선박을 사용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더 정확하게는, 미국 내 항구에서 승객과 물품을 운송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의 지분이 75% 이상이 되어야 하며, 선박 내 미국인 선원도 정원의 75% 이상인 선박만 운항이 가능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자국 조선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2차세계대전 이후 수요가 보장되어있던 미국 조선소가 기술 혁신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경쟁력을 잃었고, 오늘날 조선 역량이 굉장히 쇠퇴하였다.
- 현재 대한민국 동맹국 대부분은 군함 제작,수리 능력이 부족하며, 군함의 퇴역 시기가 도래하는 중
이렇게 미국의 조선 역량은 매우 쇠퇴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전세계 해군 함정 총 톤수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율은 44.61%로 이것은 전세계 군사력 2위에서 10위까지 국가의 함정 총 톤 수 총 합의 비율인 34.65%보다 9.96%나 높은 수치였다. 미군은 여전히 거대한 함대를 유지 보수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4 그리고 미국은 특수선 관련 제작도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고 있다. 국력을 넘어 안보와 직결된 해군의 보존까지도 대한민국에 맡겨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미국을 비롯해 동맹국 또한 조선 기술이 부족하거나 전무하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잠수함 도입 수주 등 대부분의 국가가 해외 기업에 수주를 맡기는 식이다. 즉, 대한민국은 일반 함선이나 특수선 모든 조선 분야에서는 미국에 대해 갑의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에서 저자 이시하라 신타로는 일본의 전자 기술, 제조업 기술력이 미국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자산으로 삼아 일본이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 압력, 자국 이익 중심의 외교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주체적인 외교, 군사, 기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1980년대 일본의 반도체 기술이 정점에 달했을 때 쓰여진 책으로, 적어도 이때 당시에는 타당한 주장으로 보였고, 실제로 이 때 일본의 경제와 기술은 세계 최대 수준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이 조선업에서 이와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을 만한 위치이다. 대한민국이 동맹국에 트럼프 마냥 ‘갑질’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No”라고 할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2. 여전히 중요한 해군
- 북동항로의 개발 : 항로 보호의 필요성
북동 항로는 북극 지역을 통한는 해로로써 미국, 러시아, 캐나다 등 여러 국가의 영해를 지나게 되는 항로이다. 이 항로는 지구 온난화로 쇄빙선이 얼어붙은 북극해를 깨고 지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여 이용 가능하게 된 항로이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말라카 해협이나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여 지나는 경로보다 이동 시간이 약 50% 가까이 줄어들 수 있으며, 원래 해협을 지나야만 했던 이전 해로와는 달리 우회할 수 있는 또 다른 루트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장점이다. 현 정권에서 강조하듯, 북동 항로의 패권을 쥐는 국가가 전시에든, 평시에든 강력한 국제적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 '함포 외교'로서의 해군 : 단순히 무기가 아닌 국력의 상징이자 외교카드
<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 1660–1783>에서 저자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해군의 역할을 최초로 정의하였다. 그것은, 해군이 단순한 군사적 방어를 넘어서 국가의 부와 힘을 증대시키는 전략적 수단으로서 기능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해군의 목표는 크게 4가지로, 1. 상업(항로) 보호와 제해권 장악, 2, 적의 해상활동 차단 (봉쇄와 제약), 3. 기지 확보와 해외 진출, 4. 국제 정치와 제국주의의 도구이다. 즉, 해군력은 국력과 직결되며, 해상권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단순히 전쟁 때 필요한 무기가 아닌 외교와 경제에서 위기를 타개할 마지막 조커 카드가 된 해군은 현재 정세에서는 미국에게 절실하다. 미국은 기존과 새로운 항로를 보호하고 중동의 테러 단체나 잠재적 적국으로부터 자국 상선을 보호해야 하고, 잠재적 적국의 해상 활동을 차단함으로써 압박을 가하고, 제국주의, 냉전 시대에 전개한 여러 해외 기지들을 유지해야 하며, 최근 점점 떨어지고 있는 국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해군이 필요하다. 현 미국 대통령은 오히려 자국 국제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행동만을 반복하지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려면 그러한 행동과는 정 반대로 해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한이 주장한 전쟁을 제외한 해군의 역할 외에도,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중국夢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해군은 필요할 것이다.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도 해군의 역할은 여전히 건재할 것이며, 해군을 건설할 수 있는 국가가 전세계에서 갑이 될 것이다. 조선 역량이 국력의 척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조선은 군 시장을 비롯해 상선 시장까지 향후 동맹국부터 협력관계를 맺고 국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이 협력은 기업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을 열어젖혀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 각종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선박을 직접 생산하여 그 국가에서 대한민국의 영향력 확대하는 것이 있겠다. 또한 동맹국 해군과 장기 MRO 등 협력을 맺어 정기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두 기업으로 양분된 대한민국 조선업도 중국이라는 커다란 적에 맞서 하루 빨리 통합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2025년 5월에 중국에서도 중국 내 1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그룹(CSSC)이 2위였던 중국조선중공업을 흡수 합병하여 세계 최대의 조선사로 재탄생했듯이 대한민국도 이런 행동이 필요하다. (7)
적어도 불리한 상황에 대해 거절할 수 있는 위치가 대한민국 조선업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새 정부는 이 위치를 적절히 이용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조선이 단순히 산업 분야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 영향력에서도 기반이 되는 국가 산업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선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여 적극적인 원조가 필요하고, 두 기업으로 양분된 형세도 하루 빨리 통합하여 해결해야 한다(어려운 일이지만). 특히 미국은 현재 조선 시장 중 가장 큰 수요처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Refarence : 해군론,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기사들
(1) : ( https://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92697 )
(2) : (미국 해양 조선업 시장 및 정책 동향을 통해 본 우리 기업 진출 기회.pdf / KOTRA)
(3) : (세계 해운시장을 지배하는 글로벌 선사 순위-트레드링스, 2021년, 9월 27일)
(4) : (CSF(중국전문가포럼) / 미중 해군력 경쟁의 추이와 전망, 2008~2030-김지용)
(5) : <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 1660–1783>/알프레드 세이어 마한
(6) : <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 1660–1783>
(7) : [GAM] ①몸값 50조 '매머드급 조선사'로 재탄생 '중국선박공업' / 2025년05월15일 10:00 / 배상희